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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문화재단 ‘2025 한국·스페인 작가 교류 레지던스 지원 프로그램 참여 작가’ 모집 토지문화재단이 스페인 문화활동국립협회와 함께 스페인에서 9월과 10월 두 달간 머물며 자유롭게 창작과 교류 활동을 할 대한민국 문인과 예술인을 모집한다. 토지문화재단과 스페인 문화활동국립협회는 2016년부터 양 기관에서 상대국의 작가 1인을 선정, 원주 토지문화관과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지덴시아 데 에스투디안테스’에서 머물며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 레지던스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한국에서는 2016년 소설가 천운영을 시작으로 김호연(2019년) 등이 프로그램에 선발돼 스페인에서 창작활동에 매진했다.신청 자격은 집필을 목적으로 한 대한민국 문인과 예술인으로 영어 또는 스페인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양 기관은 창작 공간과 식사, 공간 내 부대시설 이용 등을 무료로 지원하고 항공료와 레지던스 기간 내 생활 경비는 작가가 개인 부담한다.한국 작가가 머물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창작 공간인 ‘레지덴시아 데 에스투디안테스’는 유럽 문화유산(European heritage label)으로 선정될 정도로 유럽의 문화예술 과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장소다. 1910년 마드리드 왕립대학 기숙사로 지어진 후 수많은 작가와 예술인, 과학자들에게 창작 공간을 지원하면서 스페인과 유럽문화예술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신청은 토지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4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5-03-31 14:33
“일본과의 아픈 역사 새기며 미래지향 관계로 나아가야” “억지로 쓸 수 없는, 저절로 붙들려 쓴 시편들입니다.”문현미(왼쪽 사진) 시인은 26일 이렇게 말했다. 최근 펴낸 새 시집 ‘별이 빛나는 서대문형무소’(서정시학·오른쪽)에 대해서다. 이번 시집은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독립지사들을 호명하며 그들의 고통과 영광을 형상화한 작품 40편을 담고 있다. 한 장소에 대해 연작 시 형태로 시집을 묶는 것은 이례적이다. 역사의 아픔을 문학의 영토에서 시 언어의 미학으로 보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는 “공동체적 상흔을 상세하게 재현함으로써 그것을 치유해가는 제의(祭儀)를 동시에 치러내고 있다”고 했다.문 시인은 시 작품의 성취로 한국시인협회상, 풀꽃문학상 등을 받은 시단의 중견이다. 백석대 부총장으로 백석문화예술관, 백석역사박물관 관장을 맡는 한편, 어문학부 교수로 후학을 키우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쯤 국문과 학생들과 서대문형무소에 답사를 갔는데,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곳에 투옥됐던 분들과 영적인 접촉을 한 듯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습니다. 역사를 잊고 살아온 후대라는 생각, 그분들의 목숨에 빚진 자라는 생각들, 너무 늦게 찾아온 후회, 나만 위해 살아온 이기적 자신에 대한 수치 등 여러 감정이 밀려온 순간이었지요.”문 시인은 그런 감정이 수개월 지속하며 번개처럼 시가 써지는 경험을 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40편의 시를 만들었다. 그는 “저 하늘에서 제게 내미신 손 같은 작품들”이라고 했다. ‘당신이 소리쳐 부르짖었을 때／혼자가 아니었습니다／…／커다란 울음의 강줄기 하나로／대한이 살았습니다, 대한이 살았습니다!’…’(‘울음의 힘’ 중) ‘그 때 그 자리는 빼앗긴 땅／끝 모를 슬픔의 벽을 넘어／／오직 한 뼘 희망으로／산과 들에 능금이 주렁주렁 열리는／파란 꿈의 계절을 꿈꾸었으니／／누가 있어 막을 수 있나／누가 있어 멈추게 할 수 있나’(‘한 뼘의 희망으로’ 중)문 시인은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수교 60주년인 올해 이 시집이 나온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가슴에 새기되, 급변하는 시대에 이웃 나라와 미래 지향적으로 선린 관계를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 장재선 전임 기자
- 2025-03-27 11:37
“위상 높아진 한국문학… PEN대회 자리배치 보면 알아” “미래발전위원회를 오는 5월에 발족할 예정입니다. 30, 40대 유망한 작가들을 영입하기 위한 후원 조직입니다.”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심상옥(79·사진) 시인은 24일 가장 먼저 추진할 역점 사업으로 미래발전위를 들었다. 선거 과정을 거쳐서 제37대 이사장에 당선한 그는 26일 오후 5시 서울 연세대동문회관에서 취임식을 열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제가 작년에 부이사장으로 스웨덴에서 열린 국제PEN대회에 갔을 때, 언어 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미국식, 영국식 영어를 넘어서 국제적으로 소통하는 영어가 필요하겠더군요. 젊은 인재들을 영입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싶습니다. 소장 작가들을 후원하는 게 문학 단체의 본연 역할이기도 하니까요.”그는 미래발전위를 추진하는 데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림관헌 작가(PEN한국본부 고문·환태평양문화재단 이사장)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1세대 교민인 림 작가는 오랜 해외 생활을 통해 언어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했기에 PEN한국본부가 관련 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며 1억 원을 후원했다. “그분의 귀한 뜻을 받들어 미래발전위를 제대로 운영하도록 힘쓰겠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서 봤듯 언어 장벽을 넘어서야 우리 문학의 우수성을 해외에 제대로 알릴 수 있으니까요.”알려져 있듯, 국제PEN은 1921년 영국 런던에서 문학 증진과 표현의 자유를 기치로 창립된 문학단체다. PEN한국본부는 1954년 수주 번영로 시인에 의해 설립됐으며, 현재 4200여 명의 작가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와 함께 국내 3대 문학단체로 꼽힌다. 2015년부터 매년 세계한글작가대회를 열고 있다.“국제PEN대회에 가면 한국을 점점 더 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141개국 중 돋보이는 자리를 주거든요.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져서인데, 우리가 더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선거를 함께 치른 부이사장단(김유조, 김철교, 노유섭, 김의배, 최균희)은 물론이고 김경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사무국 임직원들과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심 이사장은 30대 중반에 시와 수필로 등단했다. 문학인으로서는 늦은 셈이지만, 이미 도예가로서 일정한 성취를 이룬 후였다. 그는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스케츠(草月)조형학교와 타이베이 중궈원화대학(中國文化大學), 부산 동아대 교육대학원 등에서 미술 공부를 하며 도예를 익혔다.“도예에 현대미술을 융합한 추상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시 작품의 조형성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도예에 기반한 문학 작품은 개성을 인정받았고, 그는 문단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주요 문학단체 임원을 거쳐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을 지냈다. 원만한 성품이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지녔다는 평을 들었다. “제 시집이 미국 아마존에서 9권 출간됐습니다. 올여름에 10권째 나올 겁니다. 시 작품은 소설, 산문과 달리 번역이 무척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외국 출판사들이 출간을 꺼립니다. 제 시집이 도예 작품 이미지를 넣어서 이해를 돕는 것은 그걸 넘어서려는 방편이었지요.”심 이사장은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PEN한국본부가 지난 2018년에 설립한 ‘PEN번역원’을 더 실효성 있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 장재선 전임 기자
- 2025-03-25 11:40
‘정미소 문학상’에 이선식 시인 선정 정미소 문학회는 ‘정미소문학상’ 1회 수상자로 이선식(사진) 시인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귀를 씻다’(문학수첩 간)이다. 바람, 꽃, 강 등 자연의 생리와 그것을 주관하는 신의 섭리를 섬세한 감성과 시어로 원형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미소 문학회는 조세희 소설가를 중심으로 최인석, 이승우, 방현석, 곽효환 등의 문인들이 오랫동안 문학적 교류를 이어오다 지난해 정식 출범했다. 문학상 1회 수상작은 지난 5년간 출간한 회원들의 작품집을 대상으로 독회와 토론을 거쳐 투표로 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공간문정에서 열릴 예정이며 부상으로 중견 화가 김선두 화백의 작품이 수여된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 김지은 기자
- 2025-03-19 11:33
“2030은 우리의 희망”… ‘순이삼촌’ 현기영, 자전 에세이 ‘순이삼촌’으로 제주 4·3 사건의 참상을 그려낸 소설가 현기영(84·사진)이 자전적 에세이 ‘사월에 부는 바람’(한길사)을 펴냈다. 원고를 마지막으로 수정하던 지난해 12월 작가는 비상계엄 사태와 ‘기적’처럼 광장에 등장한 젊은이들을 마주하고, 그들이 ‘소비향락적 사고’에 빠져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또한 “(젊은 세대가) 분노와 열광을 뒤섞어 시위를 장엄하고 유쾌한 엔터테인먼트로 만들고 있다”며 “젊은이들을 흉봤던 내가 부끄럽다”고 고백했다.책에는 과거 국가권력의 폭력을 기억한 노 작가로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제주 4·3 사건을 다루는 ‘작가 현기영’뿐 아니라 당시 제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목격자·생존자 현기영’이 담겨 있다. 먼저 고향 제주에 대해서는 “사랑과 증오, 분노와 좌절의 상반된 느낌을 느끼게 하는 퍽 부담스러운 존재”라고 말한다. 또한 “좀처럼 떠나지 않던 우울증과 이 나이에도 이따금 찾아오는 말더듬증도 그 참혹한 유년기에 기인했다”고 고백한다.그로 인해 ‘모주꾼’이 돼버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죽은 자들을 위해 증언한다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어린 나이에 살아남은 나는 세상을 그 소년의 시선으로 응시해야 했다”는 말 속에 오늘날 광장의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시대의 증언을 부탁하는 노 작가의 바람이 묻어난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5-03-17 11:38
등단 60년 앞둔 김주연 비평집·시집 출간…“문학이여, 영원하라” 문학평론가이자 독문학자인 김주연(84) 시인은 내년 등단 60주년을 맞는다. 이를 앞두고 그는 비평집 ‘포스트휴먼과 문학’과 시집 ‘강원도의 눈’(이상 문학과지성사)을 동시에 펴냈다.김 시인은 서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한 뒤 미국과 독일에서 유학하고 문예지 ‘문학’에 평론이 당선되며 1966년 등단했다. 김현, 김병익, 김치수와 함께 계간 ‘문학과지성’을 창간해 국내 문학 평론을 이끌었으며 문단에서는 ‘4K’로 불리기도 했다. 약 30년 동안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와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으며 현재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먼저 ‘포스트휴먼과 문학’은 김주연이 지난 5년 동안 발표한 글과 강연록 등 29편을 엮은 비평집이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 작가의의 작품을 분석한 ‘2024 한국 노벨문학상 받다’도 눈길을 끈다. 책은 특히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기술 발전으로 예술 행위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이른바 ‘포스트휴먼(Post-human) 시대’에 문학의 역할과 기능을 논한다.1부에서는 기술 진보 사회를 맞닥뜨린 문학의 현실을 점검한다. 저자는 "문학이 꺼져가는 등불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며 "울음과 아픔은 기계화된 환상이 생산할 수 없는 능력이며, 이것이 비인간 시대의 문학"이라고 강조한다. 2부에서 저자는 문학의 소외가 심화하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과거 문화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황순원이나 이어령과 같은 문인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마지막 3부에서는 박이도, 이시영, 강문숙, 금동원, 강문정. 다섯 시인의 서정시를 김 시인만의 시선을 분석한다. 1·2부가 숲을 보듯 현시대 문학의 위치와 가야 할 길을 다룬다면 3부는 나무를 보듯 개별 작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에서 "이즈음의 세상은 문학이 무엇인지 그야말로 콘셉트 자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어지럽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 같은 한탄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지 않고 마지막 문장에 "그럼에도 문학이여, 영원하시라"고 썼다.시집 ‘강원도의 눈’에 54편의 시가 묶였다. 모든 시가 미발표 시라는 점에서 새롭고 독특하다. 시인은 본적지가 강원도이기 때문인지 서울에서 출생했음에도 강원도가 고향처럼 다정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한다. 시집의 머리말인 ‘자서(自序)’에서는 "내 정신에 한 반점으로도 기억이 없건만 / 왜 엊그제까지 살던 고향처럼 다정할까"라며 자문한다. 시집은 ‘강원도’, ‘경포 호수’, ‘강원도의 풀’, ‘평창군 대화면’, ‘나 밖의 나’‘로 구성된 다섯 편의 강원도 연작 시로 강원도 지역을 향한 애정을 묘사했다.또 ‘인류세(人類世)’, ‘학문인가 마법인가’, ‘어릿광대가 된 평론가’, ‘알 수 없네’와 같은 수록시에서는 평론가로서의 고충과 어려움이 드러난다. ‘민주주의’, ‘디아스포라’, ‘중독’ 등의 작품에서는 역사와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노시인의 통찰이 번뜩인다."굽실거리고 악수하던 너 / 며칠 뒤 안하무인의 구둣발이 요란하다 / 복지와 봉사를 약속하던 너 // 돈도 땅도 아파트도 모조리 제 주머니에 쓸어 넣는다 / 가렴주구와 옥반가효가 / 민주주의로 이름이 바뀌었구나, 불쌍한 민주주의야" (시 ‘민주주의’에서)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5-03-16 09:34
“정치권력·의학 기득권에 치인 인문학… 우리야 말로 숙맥” “정치 권력은 국민 일상을 난국에 빠트리고, 의학 권력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기득권 이익을 지키는 데 여념이 없는데 인문학은 이에 개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인문학자들이 현실 비판적인 글을 기고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전혀 힘이 없지요.”정재서(73)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1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문학이 너무 무력한 시대”라며 “당대의 석학들이 책을 내도 관심을 갖지 않으니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서울대 출신 교수들의 동인 ‘숙맥(菽麥)’이 이달 출간한 문집 ‘해묵은 소망 하나’(푸른사상 발행)에 대해서다. 1950년대 서울대 문리대를 다녔던 김재은, 이상일, 이상옥, 김상태, 정진홍, 주종연, 김명렬 등 9명의 교수가 대학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학문적 교류를 목적으로 2003년 모임을 만들었고,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학자들이 ‘숙맥’을 자처하며 그해 첫 동인지를 냈다. 20여 년의 세월 동안 창립 멤버인 김용직, 김창진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김학주, 김경동, 이익섭, 곽광수, 안삼환, 정재서, 장경렬 교수 등 새로운 회원을 맞아들여 현재 14명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 열일곱 번째 문집에서 정 교수는 ‘봉원사(奉元寺)의 조(趙) 낭자(娘子) 비석 앞에서’ 등 3편의 글과 더불어 서문을 썼다. 그는 우리나라의 인문학적 빈곤에서 오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고, 출산율은 또 세계 최하위잖아요. 그런데 삶의 정신과 관련된 이러한 비극적 현실을 치유할 인문학적 방책을 내는 정치인이 아무도 없어요. 오히려 인문학의 무용론을 공언하는 경우가 이어졌지요.”그는 이 실용 지상의 시대에 무용하다고 하는 인문학을 평생 품고 사는 숙맥회 문사들이야말로 정말 ‘숙맥’ 같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 의미심장한 이름의 모임을 20년 넘게 유지하며 구순을 바라보는 노교수들이 여전히 글을 쓰고 매년 출간을 이어온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매번 책의 타이틀은 회원들의 글 제목 중에서 정하는데 이번에는 이상옥(89)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가 쓴 ‘해묵은 소망 하나’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경동(89)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나 혼자 산다? 파편화 사회의 단면’, 정진홍(88) 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의 ‘ Wait for none!’(아무도 기다리지 말아라) 등을 비롯해 11명 원로 교수들의 글 24편이 실렸다. 수필을 중심으로 논평, 서평, 예술평론, 여행기 등 다양한 글모음이다. “일세(一世)를 풍미했던 분들이고 최고의 문필가들이시잖아요. 1세기 가까이 사신 분들이 쓴 글들인데 보물이라 할 수 있지요. 제가 선배님들하고 10∼15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글의 깊이라든지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라든지 참 대단하시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지금은 권력과 자본을 추종하는 유튜버들이 선동적인 언사와 이미지로 대중을 현혹하는 시대이니 인간과 세상에 대해 이렇게 오랜 성찰을 통해 녹여나온 글을 만나기 쉽지 않지요. 인문학적 가치라는 것이 결국 삶의 가치인데 이렇게 쉽고 재밌는 에세이를 통해서 깨닫고 배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중년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인문학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숙맥 회원들은 이렇게 동인지 안에서 일상의 소회를 풀어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선생님들은 이제 몇 남지 않은 인문학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어요. 이분들의 심오한 사색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글들이 잘 전해지지 못한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지요. 널리 읽히고 많은 사람에게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 김지은 기자
- 2025-03-14 11:42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일어판, 요미우리문학상 받아 시인이자 번역가인 사이토 마리코(사진)가 번역해 출간한 소설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일본어판이 제76회 일본 요미우리문학상 연구·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이 일본어판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출간됐으며 아쿠타가와상과 함께 일본 문학상의 쌍벽을 이루는 요미우리문학상 해당 부문에서 단일 작가의 번역서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이토 마리코 번역가는 수상작을 비롯해 한 작가의 소설 ‘흰’ ‘희랍어 시간’ ‘노랑무늬 영원’과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을 번역했다. 또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정세랑·김보영·천명관의 작품 등 30여 종의 한국문학을 꾸준히 번역하고 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5-03-13 11:37
봉준호 ‘미키17’ 원작 ‘미키7’ 10만 부 판매 돌파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 ‘미키17’이 전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전 세계 59개국 박스오피스를 도배하며 큰 인기를 얻는 것과 동시에, 원작소설인 ‘미키7’(황금가지)도 영화 개봉과 함께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이번 주 교보문고 소설 부문 주간 7위에 오른 데 이어 리디북스 영미소설 1위, 종합 3위를 기록했다. 알라딘, 예스24에서는 SF 소설/장르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출판사 황금가지는 ‘미키7’이 "판매부수 10만 부를 돌파했다"고 12일 밝혔다.황금가지는 영화 개봉을 기념하며 봉 감독과 ‘미키7’의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나눈 대화를 미니 대담집으로 수록했고 ‘미키17’ 영화 포스터를 담은 띠지 특별판본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봉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미키7’의 후속작 ‘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에도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SF 장편소설 ‘미키7’은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는 미키의 일곱 번째 삶을 소재로 SF의 재미와 철학적 주제를 잘 담은 작품이다. 먼 미래, 끊임없이 전 우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인류가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려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토착 생명체 크리퍼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개척단에서 가장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소모품)인 미키7이 탐사 도중 발을 헛디뎌 얼음 구덩이 아래로 추락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5-03-12 11:38
한국시인협회상에 문현미 · 젊은시인상은 김밝은 백석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문현미 시인이 제57회 한국시인협회상을 받는다. 제21회 젊은시인상은 김밝은 시인에게 돌아갔다. 한국시인협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4시 문학의 집·서울에서 총회와 함께 연다고 밝혔다. 한국시인협회상은 시인들이 소속한 단체에서 수여한다는 점에서 영예로운 상으로 여겨진다. 문 시인의 수상작은 ‘몇 방울의 찬란’. 낮은 목소리로 자세를 낮춰 묵상하고 기도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프랑스어로 번역돼 현지에서 출간됐다. 김 시인의 수상작은 ‘새까만 울음을 문지르면 밝은이가 될까’. 신선한 시각으로 사물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언어미학을 높게 성취해냈다는 평가를 듣는 작품이다.
- 문화일보
- 2025-03-11 11:40
송몽규 옥사하자… 일본 여간수 “멋진 젊은이를 일본이 죽였다” 사죄 글·사진=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큰아버지(송몽규)가 운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부친 송창희, 육촌조카 송희규)이 시신을 찾으러 일본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화장을 하려면 보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일본에 오래 머무를 경비도 부족해서 걱정을 했답니다. 그 때 형무소에서 큰아버지를 담당했다는 일본인 여성 간수가 찾아와서 ‘너무 총명하고 대단한 사람을 일본이 죽여서 미안하다’라며 빨리 화장해 돌아갈 수 있도록 주선해줬습니다. 그래서 3일 만에 화장을 한 후 유해를 당시 거주하던 중국 연길 명동촌으로 모셔올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지난 7일 연세대 윤동주기념관에서 열린 ‘송몽규(1917~1945) 선생 서거 80주기 헌화식’에서 만난 송시연(56) 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송 씨는 송 선생의 동생 송우규 씨의 딸이다. 그는 북한의 함북에서 살다가 탈북해 지난 2007년 한국에 왔다. ‘국제PEN 망명북한펜센터’ 회원으로 북한 실상을 알리는 작품을 쓰고 있다. 송 씨는 “중국에서 살다가 고향인 함북으로 돌아왔던 할아버지(송창희)와 가족에게서 큰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돌아가신 지 80주년이 됐음에도 이렇게 기억해주신다니 참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송몽규는 영화 ‘동주’에서 배우 박정민이 연기한 인물로, 독립운동가이자 청년 문사였다. 그의 문학 작품집이 묶이지 않고 해방 후 유족이 북쪽에 거주했던 탓에 남쪽에서 덜 알려졌으나 일제강점의 암흑기에서 한국문학을 지킨 별이었다.그의 어머니(윤신영)가 윤동주(1917~1945) 시인의 고모였다. 고종사촌 간인 윤동주와 송몽규는 같은 해에 태어나 명동소학교와 은진중학교를 함께 다녔다. 서울의 연희전문학교를 거쳐 일본 유학도 함께 간 평생의 동지이자 문우였다. 송몽규는 중학 3년인 18세 때 엽편소설(콩트) ‘숟가락’을 써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이것은 사촌이자 절친인 윤동주의 문학 창작에 큰 자극을 줬다고 한다. 은진중 동창인 문익환(1918~1994) 목사가 생전 회고한 바에 따르면, 송몽규는 어려서부터 연설을 잘하고 리더십이 뛰어났다. 부끄러움이 많고 사색적이었던 윤동주는 그런 송몽규를 부러워하면서도 좋아했다. 송몽규는 독립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은진중 4학년 때는 중국 상하이 임정을 찾아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경에 체포됐고, 고초를 겪고 풀려난 후 계속 감시 대상이 됐다. 그는 연희전문을 졸업한 후인 1942년 26세 때 “일본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며 집안의 반대에도 일본 유학을 결행하고 교토제국대학에 입학했다. 윤동주는 같은 시기에 도쿄의 릿쿄대에 들어갔다가 교토에 있는 도시샤대로 옮겨 송몽규와 재회했다. 두 사람은 1943년 7월 ‘교토 조선인학생 민족주의그룹사건’으로 일경에 잡혀 각각 2년 형을 선고받았다. 후쿠오카형무소로 이송돼 옥고를 치르다가 1945년 2월 16일 윤동주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운명했다. 29세였다. 사망 전보를 받은 윤동주의 부친(윤영석)과 당숙(윤영춘)이 후쿠오카형무소로 가서 송몽규를 만났는데, 그는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저놈들이 주사를 맞으라고 해서 맞았더니 이 모양이 되었고 동주도 이 모양으로…”라고 했다. 윤동주가 절명한 지 19일 후인 3월 7일 송몽규도 세상을 떠났다. “유망했던 두 청년이 죽었으니 집안 어른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1945년 가을 무렵에 목단강시(牧丹江市)에 산다는 한 젊은 여성이 4~5세쯤의 아이 손을 잡고 찾아와 송몽규 선생 묘지가 어디냐고 묻더래요. 어른들은 경황이 없는 중에 제대로 응대를 하지 못하고 묘소만 알려줬는데, 그 여성이 묘지 앞에서 한참을 통곡하고 갔답니다. 할아버지가 나중에 그 여성을 소홀히 대한 것을 후회하셨답니다. ‘잘 차려입고 귀티가 나는 그 여성 집안에서 몽규의 유학비와 독립운동 자금을 대준 것이 아니었을까. 그 아이도 몽규와 관련 있는 게 아닐까.’ 큰아버지가 워낙 잘 생기고 똑똑했기 때문에 여성과의 로맨스가 있었을 것이라고 집안 어른들이 말씀하셨어요.”송시연 씨의 이런 증언은 그동안 없었던 것이다. 한국문학사를 연구해 온 이승하 중앙대 문창과 교수는 “윤동주의 평생 동지였던 송몽규 선생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증언”이라고 했다. 송 씨는 이런 이야기도 전했다. “할머니(송몽규 어머니 윤신영)의 아들 사랑이 지극했기 때문에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해요. 나중에 치매에 걸려서 ‘잘생긴 내 아들’이라며 하도 이야기를 해서 주변 사람들이 피해 다닐 정도였다네요.” 7일 열린 ‘80주기 헌화식’엔 송 씨와 윤동주 장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 유족과 연세대 재학생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1시간 만에 끝나 짧았으나, 여운은 길었다. 마침 이날 연세대 교정에선 동아리 신입생 모집 활동이 한창이었는데, ‘연세문학회’에선 윤동주, 송몽규, 기형도 사진을 걸어놓고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을 배출한 연세대, 나아가 한국의 문학 원천에 윤동주와 송몽규가 자리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 장재선 전임 기자
- 2025-03-10 11:43
“아이의 사랑으로, 상실을 치유받는 엄마 그렸죠” 드라마 ‘안나’의 원작소설 ‘친밀한 이방인’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정한아. 8년 만에 장편 ‘3월의 마치’(이상 문학동네)로 돌아온 그를 지난 4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만났다. 전작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거짓말로 살아간 사람이었다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 ‘이마치’는 평생 수많은 배역을 연기해 온 예순 살의 톱스타 여배우다. 소설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이마치가 ‘가상현실(VR)치료’라는 새로운 치료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신비롭게 그려낸다.VR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는 깊은 잠에 빠진다. 꿈속에서는 ‘라파트멍’ 아파트의 맨 꼭대기인 60층 펜트하우스에서 생활한다. 얼핏 원래 생활하던 공간과 차이가 없는 듯하지만 아파트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25층에 가면 가장 아름다운 나이인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스물다섯의 신인 여배우 이마치가, 31층에는 첫 아이를 낳은 서른한 살의 이마치가 살고 있다. 예순의 알츠하이머병 환자 이마치는 과거의 나와 만나 도저히 돌보지 못했던 젊은 날의 아픔과 미처 만끽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기쁨의 기억을 되살려 나간다.이처럼 독특한 설정의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느냐고 묻자 정 작가는 꿈이라고 답했다. “어느 날 꿈을 꿨어요. 여러 나이 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찾아왔죠. 깨어나서도 그 장면은 뇌리에 깊이 새겨졌어요.” 아이디어를 대다수 현대인에게 친숙한 아파트라는 공간에 구현해 낸 것도 인상적이다. “두 아이와 함께 지내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아파트예요. 아파트란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한 곳이죠. 비슷한 형태의 공간인데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각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살고 있으니까요.”이마치는 7층과 15층에 내려가 배우도, 엄마도 되기 이전에 이미 삶을 헤집어 놓은 유년 시절을 돌아본다.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언니와 단둘이 세상에 남겨졌던 기억, 자기만을 생각하며 철저히 자식을 방치한 채 외면하고 학대했던 엄마를 다시 목격하게 되자 직접적인 개입도 서슴지 않는다. 엄마에게는 나름의 복수를 선물하고 어린 나의 작은 손을 잡고 구출해내는 과정을 통해 쓰라린 아픔이 치유돼가는 과정이 펼쳐진다.이처럼 작가는 화려해 보이는 여배우의 진짜 삶을 처참하게 그려내며 이마치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이 있음을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작가가 가장 고통스럽게 써내려간 층은 40층이다. 둘째 아이를 잃어버린 마흔 살의 이마치가 죄책감으로 몸부림치며 폐인이 돼버린 곳이다. “40세와 60세의 이마치가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데 도저히 방향을 잡을 수 없었어요. 저도 엄마인데 자기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잃어버린 엄마를 어떻게 옹호할 수 있겠어요? 결국 이 소설을 끝맺지 못하겠구나 생각했죠.”그러나 소설은 마침내 ‘삶의 비밀’을 발견해낸다. 불행으로 점철된 인생이라는 자기 연민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다 해도 타인의 미세한 사랑들이 삶을 버티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엄마 이마치를 향한 아이들의 천진무구한 사랑이 그렇다. “전작을 쓸 때만 해도 엄마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못한 엄마이기에 모성을 고통스럽게 그렸죠.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할 때 1학년이던 제 큰 아이는 5학년이 됐어요. 아이들과 함께 지지고 볶느라 소설이 더뎌졌지만 그 시간 속에서 깨달았어요. 엄마는 아이에게 사랑받으며 또 줄 수 있는 사랑을 채워요. 모성은 곧 치유받음이죠.”성공적 영상화에 힘입어 원작 ‘친밀한 이방인’은 다시 한 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원작 소설을 펼쳐든 독자들은 입을 모아 ‘이안나’라는 거짓말쟁이가 영상보다 소설에서 더욱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이나 이번 소설 속 여배우 ‘이마치’ 또한 혐오와 폭력의 시대를 그 문법 그대로 살아가는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작가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는 넘기기 시작한 페이지를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혹시 또 한 번의 영상화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을까. “소설에는 소설만의 화법이 있어요. 다른 생각을 하며 충실하지 못한 순간에 소설은 망가져 버려요. 제게는 소설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5-03-07 09:20
한강 노벨상 이후… 스웨덴 사로잡는 K-문학 열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스웨덴에서 K-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소설가 박상영·정보라, 번역가 안톤 허가 이 열기를 이어간다. 이들은 오는 10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주스웨덴한국문화원(문화원)이 주최하는 ‘한국문학주간’에 참석해 라이브 팟캐스트, 북토크 등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안톤 허가 번역한 박상영과 정보라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저주토끼’는 지난 2022년 세계적인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안톤 허는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활동 중이다.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지난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가 10일 스톡홀름의 복합문화공간 쿨투르후셋에서 상영되며 이후 작가와 스웨덴어 번역자가 함께하는 오픈 토크가 열린다. 2회에 걸친 영화상영은 이미 전 좌석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라는 스웨덴어로 처음 번역·출간되는 ‘저주토끼’의 출간일인 12일 스웨덴의 사서들이 진행하는 문학 전문 팟캐스트 솔렌(Solen)에 출연한다. 이후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서점 중 하나인 쇠데르북한델(Soderbokhandeln)에서 안톤 허와 함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또, 박상영과 정보라는 13∼15일 스웨덴 우메오에서 열리는 리트페스트(Littfest)에 참가한다. 리트페스트는 스웨덴 최대의 문학 축제로 2023년에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백희나, 2024년에는 한강이 초청장을 받았다. 더불어 문화원은 “9월 예정된 예테보리 도서전에도 참가한다”며 “정보라·김주혜 작가 등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작가들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5-03-06 11:40
이상국 구상선생기념사업회장 연임 사단법인 구상선생기념사업회는 총회에서 이상국(사진) 시인의 회장 연임을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이정희 회계사를 감사로 선임하고, 사무총장엔 구상 시인 제자인 김재홍 시인·문학평론가를 임명했다. 사업회는 올해 17회째를 맞은 구상문학상을 비롯해 해마다 세미나, 백일장, 영등포구민문학상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계간 소식지 ‘홀로와 더불어’를 발간하고 있다.
- 문화일보
- 2025-03-04 11:35
김인배 유고 소설집 ‘이상하고 야릇한…’ “생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인간 존재의 본질” 43년 간 문학의 길을 걸어온 소설가 김인배(1948∼2019)의 유고 소설집 ‘이상하고도 야릇한 여섯 편의 이야기’(황금알)가 출간됐다. 소설집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집필에 몰두했던 작가의 문학 세계를 다시 한 번 조명한다.책에는 제목 그대로 ‘이상하고도 야릇한’ 여섯 편의 중편소설이 담겼다. 작품들은 개인과 사회의 경계에서 생겨나는 심리적 갈등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마침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작가 특유의 절제된 문장은 읽다가도 수차례 독자를 멈춰 세우며 심오한 사유에 빠지게 한다. 김인배 작가는 1975년 ‘문학과지성’ 제1회 신인 공모에 당선된 ‘방울뱀’으로 등단했다. 당시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김 작가에게 “미완의 대기(大器)의 가능성을 숨겨온 신인”이라는 말로 상찬했다. 이 찬사는 한편으로 작가에게 크나큰 영광이었지만, 동시에 ‘미완’이라는 단어는 그의 문학 인생에 무서운 꼬리표로 따라붙게 된다. 작가 스스로 생전 “처음에는 그것이 칭찬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저를 어디론가 몰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늘 스스로에 질문했죠. 과연 나는 언제 완성될 수 있을까?”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작품은 바로 이 미완성의 질문 위에 세워졌다. 완성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각자의 해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서사적 구조는 단연 김 작가 소설의 특징이다.이번 소설집에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들 역시 독립적인 서사를 지니면서도, ‘존재’라는 공통된 주제를 중심으로 긴밀한 연결성을 보인다. ‘달의 숨바꼭질’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본질을 외면할 때 맞닥뜨리는 고독과 불안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존재의 변명’은 이야기를 통한 구원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 외에도 ‘거울 속의 또 다른 나’‘기억의 틈새’ ‘불완전한 선율’ ‘마지막 편지’는 모두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갈등을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해설을 맡은 장경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는 소설집이 “단순한 서사를 넘어, 언어와 존재의 관계를 깊이 탐구했다”며 “(작가의)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서사의 힘을 재발견”하도록 만든다고 말한다.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5-02-26 15:45
“올해는 응축된 지혜 필요한 때” … 김금희 에세이집, 영국에 억대 수출 소설가 김금희(사진)의 두 번째 에세이집 ‘식물적 낙관’(문학동네)이 영국 출판사와 억대 판권 수출 계약을 맺었다. 문학동네는 미국 출판사 사이먼 앤드 슈스터의 영국 임프린트인 스크리브너 UK가 최근 다른 영국 출판사 6곳과 경쟁 끝에 ‘식물적 낙관’ 판권 계약을 맺고 2027년 봄에 번역 출간한다고 25일 밝혔다. 정확한 계약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선인세는 최소 1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김 작가의 책 ‘식물적 낙관’은 지난 2023년 출간된 산문집으로 연약하고도 강인한 식물들을 키우며 깨달은 성찰이 담겼다. 비인간인 식물을 통해 만난 다정한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김 작가는 “2025년은 공동체 한 사람 한 사람의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며 “생장의 질서에 순응하며 자신의 응축된 지혜를 펼쳐 보이는 식물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을 조금은 더 낙관적으로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5-02-26 11:39
“나는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사람… 수상 이후 미래는 걱정 안해” “저는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사람이라서 가혹하도록 집요하게 돌아보는 소설이 인생을 비관적으로 그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생각이 적기에 수상 이후의 삶도 크게 걱정되지는 않아요.”등단 4년 만에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예소연은 최근 문화일보와의 만남에서 부담감을 묻자 인생관과 소설론을 연결지어 답했다. 그의 말처럼 과거를 돌아보는 일에는 추억으로 인한 흐뭇함보다 후회가 더 많은 법. 예 작가의 첫 소설집 ‘사랑과 결함’(문학동네)에 실린 연작 성격의 세 단편 ‘아주 사소한 시절’ ‘우리는 계절마다’ ‘그 얼굴을 마주하고’ 속 주인공 ‘희조’ 또한 각각 과거 중학생, 고등학생, 20대 초반 시절의 후회를 어루만진다. 결국 과거를 되짚는 수차례의 시도는 한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인생이 잘못된 건지.’ 그리고 이내 알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은 없었다.’“사람들의 무수한 열망과 갈망이 각각의 방향을 가리킨다는 게 옳고 그른 일은 아니에요. 우리는 그 과정에서 훼손되고 오염되기도 하죠.”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발생하는 불행. 이와 같은 작가의 문제의식은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그 개와 혁명’(다산책방)에서도 계속된다. 20대 페미니스트인 딸 ‘수민’과 586 운동권 세대인 아빠 ‘태수’ 모두 세상을 힘껏 살아가지만 삶은 녹록지 않다. 심지어 태수가 암에 걸려 삶을 잃어가고, 수민은 아빠를 빼앗기는 동안에도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오래도록 생각’하지만 ‘결국 우리가 잘못한 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냥 적당히 돈 없고 적당히 뭘 모른 채 살아왔을 뿐’이라며 평범한 삶을 내보인다.이렇듯 삶 속 고통의 기원을 밝혀내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고통이 삶을 일순간 파괴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망가지는 줄도 모른 채 망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고통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이는 언제나 듣는 사람을 향한다. 이때마다 들어주는 사람들의 대답은 이해한다는 것. 그러나 정말 다른 사람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예 작가는 “관계란 말로 유지된다”며 “말로밖에 다른 사람을 알 수 없는데 말이란 언제나 오해를 일으키니 결국 관계 자체가 오해로 구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로의 고통을 지닌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관계의 망가짐을 경험하고 재차 고통받으며 서로를 떠나게 된다.반복되고 심화하는 불행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예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결코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일지언정 삶을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주고 싶어요.” 그런 믿음은 어디에서 생겨날 수 있을까. 그의 신간 장편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현대문학)에서 그 답을 어렴풋이 유추해볼 수 있다. 대학교 친구인 ‘혜란’과 ‘동’은 또 다른 친구 ‘석’이 어느 날 사라지자 그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교차되는 기억을 더듬으며 오랫동안 석의 마음속에는 배의 침몰 사고, 거리의 압사 사고 등의 기억이 진하게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석이 오래전 해외봉사를 갔던 캄보디아의 압사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에 부채감을 가진 채 현장으로 향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친구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은 혜란과 동 또한 석이 느끼는 상실의 감각을 쉽게 넘기고 있었다는 점을 느끼는 과정이다. 즉 계속되는 삶으로 인한 고통은 타인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그때 내 삶 속 고통에서 타인의 삶을 굳이 발견하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그 개와 혁명’ 속 수민이 태수의 장례식장에서 ‘개판’을 벌여 ‘혁명’을 일으키는 동력 또한 아빠를 향한 사랑이다. 예 작가가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을 통해 “혐오와 미움이 도사리는 세상을 사랑으로 부수고 싶다”고 밝힌 것에는 이와 같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작가가 1990년대생 최초로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된 것에는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랑으로 세대와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혁명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살아온 것에 비해 많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 조각의 기억조차 놓치지 않고 천천히 들여다본다면 서로를 살리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5-02-26 09:01
윤동주 80주기… 순국 후쿠오카 형무소서 추도식 윤동주 시인 80주기를 맞아 그가 옥사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 부근 시내 공원에서 추도식이 열렸다.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오카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과 주 후쿠오카 한국 총영사관 주최로 24일 열린 추도식에 40여 명이 모여 묵념하고 윤동주 시인의 시를 낭독했다.앞서 23일엔 도쿄의 릿쿄대에서 추도 예배 ‘시인 윤동주와 함께’가 진행됐다. 이어 한국인과 일본인 학자, 배우 등이 차례로 시인의 시를 낭독했다. 릿쿄대 재학 시절 쓴 작품인 ‘쉽게 씌어진 시’와 ‘봄’에 이어 평양 숭실학교에 다닐 때 지은 ‘공상’과 ‘조개껍질’ 등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낭독됐다. 그중 ‘조개껍질’은 윤동주와 고향이 같은 친구였던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배우 문성근이 읽었다. 지난 16일엔 도시샤대에서 윤동주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를 졸업한 뒤 릿쿄대에 진학했다가 1942년 10월 도시샤대 문학부로 편입했다. 그러던 중 1943년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1945년 2월 16일 28세 나이로 옥사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5-02-25 11:42
진주·가희 작가, 韓최초로 볼로냐 라가치 ‘오페라 프리마’ 대상 진주 작가와 가희 사진작가의 그림책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핑거북스)이 볼로냐 라가치상의 ‘오페라 프리마’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한국 작가들이 그간 몇 차례 오페라 프리마 우수상을 받은 사례는 있으나 대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그림책이다. 자개장과 시골의 버스 정류장 등 평범한 한국적 소재들을 배경 삼아 진주 작가의 아이들의 성장기가 사진으로 담겼다. 가희 작가는 "첫 도전의 열정과 주변의 응원이 컸기에 이번 수상이 있었다"며 "이 기운이 작아지지 않도록 감사하며 성실하게 살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볼로냐 라가치상은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책을 대상으로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수여한다. 픽션(창작), 논픽션, 오페라 프리마, 코믹스, 토들러 5개 부문을 운영하며, 부문별로 대상 1권과 우수상 2∼3권을 선정한다. 이 중 오페라 프리마는 신인 작가의 첫 작품에 수여하는 부문으로 신인상에 해당한다.출판사 비룡소는 ‘올해 최고의 아동 출판사상’(BOP) 최종 후보인 30개 출판사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수상 출판사는 볼로냐아동도서전 현장에서 발표된다. 볼로냐아동도서전은 1963년부터 매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고 있으며 올해로 제62회를 맞이한다. 출협은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서 한국 출판사들로 이뤄진 ‘한국관’을 운영하며 전시와 출판 저작권 거래를 지원할 계획이다.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5-02-21 08:57
한트케·브레히트 번역한 윤시향 원광대 명예교수 별세 독문학자이자 번역가, 연극평론가로 활동해온 윤시향 원광대 명예교수가 지난 17일 세상을 떠났다. 80세.고인은 1946년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1991년 논문 ‘브레히트의 반파시즘 연극연구’로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쾰른대에서 연수했고 베를린자유대에서 수학, 초빙교수를 지냈다. 오랜 시간 원광대 유럽문화학부 및 공연영상학전공 교수, 원광대 문화콘텐츠연구센터 소장을 맡아 후학을 양성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 등을 수상했다.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페터 한트케의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와 독일 계몽주의 작가 C.M. 뷔일란트의 소설 ‘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을 비롯해 ‘시체들의 뗏목’ ‘햄릿머신’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출판계에는 강태형 문학동네 창립자의 대학시절 은사로 알려져 있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여성연극인협회 공동대표, 한국연극학회 편집위원 등을 역임했다. 은퇴 후 연극평론가와 골목길 해설사로서 헌신했다.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5-02-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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