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불륜 의심해 몰래 뒤쫓아보니 남자와…

지난 13일 박모(여·33) 씨는 남편 소모(38) 씨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박 씨가 남편을 고소하게 된 것은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동성애 과거를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남편 소 씨는 결혼 후에는 줄곧 이성애자였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믿을 수 없었다. 결혼 전 남편의 채무까지 청산해줬던 박 씨는 끓어오르는 배신감을 참지 못하고 고소장을 제출하는 데 이르렀다. 박 씨는 “남편이 과거 성적 취향을 밝히지 않고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것은 사기이고 현재도 동성애 성향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맡은 경찰은 남편 소 씨가 과거 동성애 성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이성애자라고 주장하는 데다 적용 법리가 마땅치 않아 고심에 빠졌다.

지난해 노원경찰서에서는 아내의 동성애 성향으로 이혼한 남편이 자신의 딸이 이혼 후에도 아내와 계속 연락하고 지낸다는 이유로 격분해 형광등으로 딸의 머리를 내리쳐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7일 경찰 및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배우자의 동성애 성향 때문에 이혼하거나 민·형사 고소까지 이르는 부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이후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 뒤를 쫓다 불륜 상대가 이성이 아닌 동성임을 알게 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것을 수상히 여겨 추궁하다 자백받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서울 지역의 한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는 “최근 10년간 배우자의 동성애 성향으로 인한 이혼이 2배 이상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배우자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하더라도 부부간에는 친족상도례(재산죄에 있어 친족 간 범죄의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가 적용돼 사기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다만 혼인무효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일부 받을 수 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