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재보선>‘재보선 민주참패’ 정국 파장

8·8 재·보선이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 참패’로 끝남에 따라 올해 대선 구도가 격변의 돌풍에 휩쓸리고 있다.

우선 지난 5월이후 3개월동안 유지돼온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간의 양자구도가 일단 재정립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불과 4개월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전의 지형이 가닥을 잡지 못한 채 9월하순까지 혼미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고, 이 과정에서 각 정치세력의 극심한 이합집산도 재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11대 2의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은 이회창후보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당을 대선체제로 전환해 조기에 선거준비에 임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그러나 당의 선거승리와는 별개로 이회창후보 개인지지도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내부의 핵분열로 인한 정계개편 시도, 아들 병역문제 등 부정적 요인, 남북관계 변수 등이 대선가도에 또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1~2개월 간 진행될 대선구도 변화의 결말이 어떻게 지어질지는 민주당과 무소속 진영의 세력재편 결과에 달렸다. 이른바 반이회창 세력이 단일대열을 구축, 외연이 확장된 신당의 후보를 만들어 낼 경우 대선은 신 양자구도로 치러질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내 ‘친노’‘반노’세력이 결별하고 성향과 이해관계가 다른 각 집단이 제갈길을 갈 경우 대선은 3자구도 또는 그이상의 다자구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그 와중에 노 후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지는 핵심 변수다.

분명한 것은 민주당과 현 집권세력이 정권상실에 대한 위기감이 배증돼 구도자체를 다시 짜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노무현후보에 대한 회의론 확산, 무소속 정몽준후보의 지지율 약진 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한 후보의 낙마까지 포함하는 논의를 스스로 다시 진행해야 하는등 국민적 명분의 취약성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심이다.

재·보선 이후의 국회운영등 정국현안은 대립이 더욱 격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0·25재·보선과 6·13지방선거 승리당시 ‘겸손’과 ‘몸낮추기’를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부정부패와 공작적 음해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강조하고 있다.

이회창후보는 8일밤 재·보선결과를 지켜본뒤 “부정부패와 비리, 국정혼선을 바로잡는 일에는 단호하고 타협없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8월 국회에서 공적자금 국정조사등 현안에 강공을 펼칠 경우 민주당의 실력저지 등 최악의 상황도 예상된다.

또 민주당이 9일 각종 회의에서 이회창후보의 ‘5대의혹’등을 계속해 쟁점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공영운기자 rabbit@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