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기자가 만난 사람>한나라당 대표후보 탐방기―이재오의원

나의 대표후보 탐방릴레이의 종착역은 이재오！ 그 이름만 들어도 우리에게 퍼득 다가오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다. 운동꿔ㄴ 그리고 변절? 박정희밑에서 3번, 전두환밑에서 1번, 노태우밑에서 1번, 3공부터 6공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이재오의 처절한 삶은 이렇게 도올이 붓으로 몇줄 처리할 수 있는 그렇게 한가한 역사는 아니다. 그는 진실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하여 청춘을 불살랐다. 그런데 그는 그를 감옥에 집어넣은 장본인들, 당시의 검찰총장, 안기부장, 주임검사…… 그들과 같은 당의 의원멤버로서 어깨를 겨루며 당과 조국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선출하는 당내 핵심 포스트인 원내총무까지 지냈다.

변절！ 이것은 과연 정당한 명명(命名)일까? 그에게 이런 수사구가 붙을 수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민중당이 해체된 후, YS가 삼당통합을 거쳐 대권을 잡았고,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 칼라의 다양성의 과시를 위해 진보세력을 수용해야만 했고, 그 프로그램에 따라 영입한 재야3총사, 김문수, 이우재에 연이어 이재오라는 이름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 도올은 그들의 행보를 변절로 생각할 수 없다. DJ밑에 들어가면 진보, YS밑에 들어가면 보수? 그들의 결단은 나약한 인간의 욕망의 함정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시대를 앞지르는 형안일 수도 있다. 변절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된 세월, 그것은 우리 해방이후 분단사의 굴절일 뿐이다. 변절아닌 굴절, 이제 우리는 그러한 굴절들을 씻어내고 바로 잡아야 할 새로운 시대에 당도한 것이다.

내가 이재오를 만난 것은 6월 14일 12시 국회앞 유가원이라는 한정식집에서였다. 돈도 없고 조직도 없다는데 밥 한끼라도 울궈먹기가 미안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그렇게 잡혀서 어쩔 수가 없었다.

“지 잘났다고 다 똑같은 소리 할텐데 도올선생 같은 분이 뭘 6명이나 다 인터뷰를 하지. 그 중에서 한 놈만 골라.”

―누굴?

“제비뽑으면 돼.”

역시 이재오는 소문대로 강성이요, 아우트라이트, 스트레이트다. 말의 배면에 여운이 숨겨져 있질 않다. 자기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내지른다. 도올눈치 안보는 사람을 난 처음 만났다. 그러나 나로서는 제일 기분좋고 내용알찬 인터뷰였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였다.

―DJ를 까도 좀 적당히 까지 왜 그렇게 야비하도록 오지게 깠나? 그러니 변절을 카바하기 위한 자기변명이라는 소리밖에 더 듣나?

“내가 만약 DJ 그 인간에 대한 혐오 때문에, 그리고 나의 정치적 변명을 위하여 그를 깠다면 난 부끄러워야 하고 반성해야 할 사람이다. 내가 DJ를 깐 것은 그의 행동이 오직 나의 정치철학적 원론에 위배되는 부분에 한한 것이다. 첫째, 나는 DJ의 햇볕정책 그 자체를 비판한 적이 없다. 그것은 남한 내부의 냉전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위대한 역사적 사명을 달성하였다. 나는 북한에 대해 민족적 애정을 가지고 있다. 내가 깐 것은 뒷돈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북한의 정치적 발전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북한의 정상적인 경제발전 5개년계획 같은 것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그것에 필요한 돈을 단계적으로 국회에서 남북협력기금으로서 인준했어야 한다. 둘째, DJ는 부패했다. 썩었다. 자식들 세놈이나 다 깜방에 집어넣고 도대체 그게 뭐냐? 입이 열개 있어도 할말 없다. 그리고 그런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한국정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부패다. 나는 DJ에 대해여서도 동지애적 사랑이 있기 때문에 더욱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원칙을 어겼다. 내가 원내총무로서 그를 비판한 것은 이러한 원칙의 한도내에서 비판한 것이다.”

―정치는 이상으로써만 해결안되는 현실이 있다.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뒷거래가 오히려 대국적인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그것은 용납될 수 없다. 나는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까는 것도 방법적인 유연성이 필요하다. 왜 그토록 거품을 물었나?

“언론이 그런 인상을 만들었을 뿐이다. 나의 총체적인 원리나 철학을 소개하지 않고 오직 내가 까는 표피적인 언설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정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매체가 없다. 나는 이선(二選)에다가 조직도 돈도 없는 마이너일 뿐이라고 전제하고 깔본다.”

“그런데 왜 당선가능성도 없는데 나오셨습니까?”

동석했던 민부장이 갑자기 던진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버얼건 눈에 갑자기 피가 쏟아질 듯 열불을 올리면서 소리친다.

“그따위 소리가 어디있어. 그게 바로 5·6공적인 발상이라는 거야. 내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나왔다구? 바로 이런 기자들의 자세가 우리 한나라당을 망치게 하고 있는거야. 특히 문화일보가 악질적이다.”

―문화일보가 그토록 신경쓰일 정도로 쎈 신문인가?

“신경안쓰는데 독자들이 내 신경을 자꾸 건드린다.”

―새만금은?

“나는 개인적으로 새만금사업에 반대서명을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사태는 전북도민과 환경시민단체 사이에 어떤 이해의 상충이 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해결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선택을 해야되는 문제다. 그런데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 선택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선택이란 바로 양자의 견해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음으로 그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 대안을 선택해서 갯벌도 살리고 전라도의 경제개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도민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대안이 있는데도 눈치만 보고 결단을 안내리니 정말 한심하다.”

―NEIS는?

“그것은 방법적 선택의 문제이기에 앞서 인권의 문제다. NEIS는 강행해서는 안된다. 무조건 중단해야 한다. 알려져서는 아니될 우리자녀들의 성장과정의 정보를 국가가 독점한다는 것은 공산사회에서도 없던 일이다.”

그는 내가 만난 어느 정치인보다도 현안에 대해 단호하고 정직하고 합리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주저없이, 눈치 안보고 내뱉었다. 나는 그의 그런 태도가 사랑스러웠다.

“난 물이 달라. 지금 같은 물에서 논다고 같은 고기인 것처럼 생각하면 오해야. 5·16쿠데타로부터 YS가 97년 그만둘 때까지 36년간 권력의 핵심을 장악한 정당이 바로 한나라당일세. 일제가 36년 해먹은 기간과 똑같은 기간을 해먹었다구. 산업화·근대화 잘한 것도 있지. 그런데 권력부패, 정경유착, 언론탄압, 노동탄압, 광주학살 너무도 나쁜짓 많이 했어. 그 원죄를 다 뒤집어 쓰고도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지. 국민의 눈으로 한나라당을 봐야 할 텐데, 한나라당의 눈으로만 국민을 보고 있어. 자기가 수구꼴통이라는 것을 이 지구상에서 한나라당놈들만 모른다구. 바뀌어야 돼. 바뀌어야 된다구. 뭘 바꾸나? 인물을 바꾸라는 것이지.”

뼈저린 독설이다.

―노정권과 대척점과 협조점은 무엇인가?

“노정권은 두가지 문제 해결해야 돼. 첫째, DJ권력의 부패를 승계해서는 안된다. 둘째, 선거과정에서 한나라당 모함한 것 다 밝히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대북뒷거래, 기양건설, 김대업정치공작, 설훈의원 거짓말…… 이런 것 안밝히면 결국 노무현도 남들이 다 하는 짓 하면서 대통령이 된 시시한 인간일 뿐이다. 노건평, 나라종금, 생수회사, …… 이런 문제 다 털고가야 도덕성이 확보될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면 경제정책, 대북정책, 실업정책 등에 관해 야당이 협조해야 한다.”

―당신같이 훌륭한 정치인에게도 각론적 비판만 있고 총론적 대안이 없다는 게 좀 딱하다. 특검문제도 그렇다. 그런 것 다 밝혀본들 DJ가 북한에 돈 많이 갖다 주었고 그래서 정상회담에 도움도 되었고 노벨상도 탔다. 그래서 DJ가 나쁜 놈이다. 세상에 이걸 모를 놈이 어디있나? 지금 이따위 밝혀서 뭘 하겠다는 거냐?

“도올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런 게 정치다. DJ는 갈등의 골을 너무 깊게 팠다는 것, 그것만 도올이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DJ가 간디처럼 나족으로 살았더라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가 되었겠나? DJ는 부패했다. 용서할 수 없다. 노무현도 정신차려야 한다.”

―당개혁은?

“당을 평소에 시민에게 봉사하는 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구당을 봉사단체의 성격으로 바꾸어야 한다. 봉사대회, 환경캠페인, 수해지역 봉사활동, 어린이 글짓기, 노인마라톤 등 이런 이벤트를 순수하게 봉사정신으로 후원해야 한다. 정치투쟁은 국회에서 하고, 당은 국민의 생활정당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 선거구역인 은평을구에는 지구당이 전부 봉사조직이다. 함박웃음 여성봉사회, 함박웃음 청년봉사회, 함박웃음 자전거봉사단, 함박웃음 불광1동봉사회, 함박웃음 은맥봉사회…… 노인회관, 천사원에 가서 홀로 못씻는 사람들 씻겨주고 먹여주고 청소해준다. 나는 선거때라고 선거운동 따로 하지 않는다. 평소 때 한나라당이나 내이름 내걸지 않고 봉사한다. 나는 술, 담배, 골프, 이런 것 전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외국에도 나가지 않는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뒷동산에 가서 운동하고, 약수터, 재래시장, 목욕탕을 들러 집에 와서 밥먹고 9시에 출근한다. 자전거로만 다닌다. 13년 동안 이 생활을 하루도 어기질 않았다.”

임마누엘 칸트는 쾨니히스베르그(K？？igsberg) 태어난 곳에서 60마일밖을 나가지 않고 살았다. 그리고 매일 어김없는 산보를 실천했다. 그의 산보시간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사람들이 그의 산보모습을 보고 시간을 알았다. 그래서 ‘철학자의 산보’(Philosopher’s Walk)라는 별명이 생겨났다. 이제 우리는 ‘이재오의 산보’를 말해야 한다. 이런 인물들의 귀함을 알아야 한다. 이 릴레이취재를 끝내면서 한마디！ 23만 당원동포 여러분！ 한분도 빠지지 마시고 투표장에 가시오. 그대들의 걸음이 우리나라 정당사의 진정한 초석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