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일 FTA 쟁점은 車 산업

지난 주에 ‘농어촌 지원 4대 특별법안’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서 통과됨에 따라 지난 6개월간 격심한 갈등을 빚어온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이제 국회 최종 비준만 남게 되었다.

한국 경제는 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FTA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가 항상 논란과 갈등을 초래하는 이유는 FTA의 영향이 사회 여러 부문에 불균등하게 미치기 때문이다.

이제 한·칠레 FTA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를 넘기지 않고 매듭되겠지만 지금 막 시작한 한·일 FTA는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리고 한·칠레 FTA의 최대 장벽이 농업이었다면 한·일 FTA의 가장 큰 현안은 자동차 산업이 될 것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은 이미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완전히 없앴기 때문에 한·일 FTA가 체결되면 우리만 8% 관세에서 0%로 내리게 될 것이다. 즉, 우리 자동차 회사들이 일본과의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 관세 혜택은 전무한 반면 일본 자동차 회사들만 8%의 관세 인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둘째, 한·일 FTA 결과 우리가 일본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으면 미국은 우리에게 새로운 관세 인하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승용차 관세가 2.5%인데 지난 수년 동안 우리의 관세도 2.5%로 낮춰줄 것을 요구해 왔었다. 우리는 이에 응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티어 왔는데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무관세를 허용한다면 미국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아 미국측의 강한 불만을 사게 될 것이다.

셋째,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기술과 품질을 앞세워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에서 3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빅3 자동차 회사들에 경영상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 결과 포드와 크라이슬러사는 금년 들어 공장을 폐쇄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관세 장벽이 없어질 경우, 한국 시장도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약진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력을 갖추지 못한 한국 자동차 회사들을 탓하면서 이들을 왜 보호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우리 자동차 회사들은 겸허한 자세로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산업은 불과 35년의 일천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 100년 이상 발전해온 선진국의 자동차 산업에 기술력이 못 미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정부도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자국의 자동차 회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많이 해 왔기 때문에 우리 역시 자동차 산업을 어느 정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무공해차 개발을 놓고 선진국 회사들과 한 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판도는 압축수소를 연료로 하는 무공해 차를 누가 먼저 개발하여 상용화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이러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 회사들에 한·일 FTA는 큰 경영상의 부담을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한·일 FTA를 추진하더라도 자동차 부문의 관세 인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인하해서 우리 자동차 회사들이 대비할 시간을 벌어 주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한·칠레 FTA 인준을 위해 농업부문을 지원한 것처럼 한·일 FTA 체결과 맞물려서 자동차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차세대 경쟁의 장이 될 연료전지, 하이브리드카(hybrid car), 환경친화 디젤엔진 등 자동차 산업의 환경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정부는 무공해차 개발에 매년 수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만일 정부가 한·칠레 FTA 인준을 위해 100조원을 농업부문에 투자할 수 있다면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 최소한 1조원은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했을 때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장기적인 발전의 기틀을 다져 나갈 수 있을 것이며 계속적으로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우진 / 서울대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