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외설에서 매력으로’ 엉덩이 역사

최근 몇년새 거세게 불고 있는 몸짱 신드롬에 힘입어 엉덩이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사실, 그동안 성적 상징으로서 엉덩이가 갖는 관능성은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거론하기엔 계면쩍은 구석이 없지 않았다. 엉덩이가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들, 즉 모욕이나 경멸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적나라하게 음란한 이미지와 부끄러움이 뒤섞여 ‘엉덩이의 공론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몸’에 대한 시각이 보다 정직해지면서 엉덩이 역시 솔직한 대접을 받게 됐다. TV의 오락프로그램에서도 보다 예쁜 엉덩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는 등 공공연히 들먹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책은, 이처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엉덩이에 대해 문화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프랑스 유력지 ‘리베라시옹’의 문화부장을 지낸 저자는 인문학및 예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엉덩이에 대한 다각도의 고찰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엉덩이의 문화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엉덩이에 대한 시각의 변천사를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세무렵 엉덩이가 음탕하거나 외설적인 대상으로만 간주됐다면, 현대에 와서는 보다 매혹적인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엉덩이를 바라보는 미적 관점도 변화했다. 가령 남성 엉덩이의 이상형은 예전보다 덜 남성적인 형태를 지향하는 반면 여성의 엉덩이는 오히려 남성화하는 경향을 띤다는 것. 풍만한 엉덩이보다 날씬하면서도 근육질의 엉덩이가 보다 각광받게 된 것이다.

책의 원제는 ‘엉덩이의 역사’. 이에 걸맞게 고대 조각, 피렌체 회화, 춘화, 법의학, 사진, 영화, 광고뿐아니라 엉덩이 속으로 얼굴을 들이민 시인들과 엉덩이를 사랑한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엉덩이의 진실을 보여준다.

엉덩이의 기원, 엉덩이를 씻는 행위, 문학과 예술 속에 투영된 엉덩이의 이미지, 엉덩이를 노래한 에로틱한 풍자시, 엉덩이를 성에 적극 이용한 남성들, 순진해보이는 아기 엉덩이, 엉덩이 고문, 심지어 엉덩이 성형이나 사이버 섹스같은 최근의 관심사까지 저자는 낱낱이 고찰하고 있다.

책의 무엇보다 큰 장점은, 옛 문헌을 소개하는 식의 단순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마다 철저히 자료를 소화한 저자의 독창적인 해석이 돋보인다는 것. 나아가 이를 쉽고 간결한 문체로 표현함으로써 또다른 문학적 텍스트로 읽힌다는 점이다. 또한 원서에는 실리지 않았던, 관련 미술 작품들의 도판을 상당수 수록한 출판사측의 정성도 눈에 띈다. 이세진 옮김.

김영번기자 zero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