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백의 프로야구 산책>‘능력’에 맞게 ‘자리’ 맡아야

적어도 프로야구에선 ‘낙하산’이란 단어가 올 한해의 대미를 장식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교 동문인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내정됐다는 기사가 지난달 25일 각 언론사에 보도된 뒤 ‘낙하산’이라는 단어는 스포츠 지면을 자주 메워왔다.

낙하산이란 단어에 부산상고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데 부산상고 출신이기에 낙하산으로 오인받는 경우도 있다. 먼저 강병철 롯데 감독이 그 피해자다. 롯데가 10월7일 롯데에서 양상문 감독 후임으로 강 감독을 선임했다. 강 감독은 롯데를 84년과 92년에 우승시켰다. 강 감독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잔뼈가 굵은 야구인이다. 84년부터 사령탑을 맡았고 경력이 20년이 넘었다. 그에 비춰 1억7000만원이라는 연봉은 후한 게 아니다. 2년 경력의 김경문 두산 감독은 2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강 감독은 부산상고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만약 강 감독이 낙하산 사령탑이라면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신생팀인 경찰청의 김용철 신임 감독도 억울하다. 김 감독은 한국야구의 대표적인 장타자에다 원년부터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각광받았다. 속된 말로 부산상고 ‘끝발’을 부렸다면 환경과 대우가 훨씬 좋은 팀을 고를 수도 있다. 그리고 김 감독의 경력이라면, 코치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연봉 8000만원 이상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김 감독은 경찰청을 맡으며 대기업의 대졸 초임에도 못미치는 연봉을 받기로 했다(경찰청은 김 감독의 계약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필자는 부산상고의 위치도 모른다. 또 개성고로 교명이 바뀐 이유도 알지 못한다. 부산상고 출신을 두둔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부산상고 출신이든 아니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자리에 기용되는 게 옳다는 걸 말하려는 것이다.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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