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쿠바 현대史 포토에세이로

1959년 쿠바 혁명 직후에 군복을 입은 피델 카스트로가 시가를 입에 물고 동지인 체 게바라와 함께 대화에 열중하고 있는 사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 작가는 당시 19세였던 로베르트 살라스(1940~ ). 그는 아버지인 오스왈드 살라스(1914~92)와 더불어 쿠바 포토저널리즘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이다. 이들 부자는 1955년 모금 운동을 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카스트로를 만난 이후 줄곧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이 책은 카스트로와 함께 해 온 쿠바의 현대사를 100여장의 흑백사진을 통해 연대기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카스트로는 살라스 부자의 렌즈에 의해 양복을 잘 차려입은 변호사였다가 수염이 텁수룩한 게릴라 지도자로 나타나는가 하면 열정적으로 연설하는 혁명지도자로 변신한다. 요절한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모습을 찍은 사진은 스스로 사진가였던 게바라가 타인에게 자기 모습을 멋지게 연출하는 스타일리스트였음을 잘 드러낸다. 작가 그레고리 토지안은 짧은 에세이를 통해 각 사진들에 담긴 쿠바 현대사를 깊고도 넓게 담아냈다. 홍민표 옮김. 장재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