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법시위 처벌강화’ 입법보다 의지가 문제다

경찰의 11월 서울 여의도 시위 진압과정에서 농민 2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허준영 경찰청장의 27일 대국민 사과에 이어 허 청장이 29일 사임하고 농민단체는 31일 ‘농민열사’ 영결식을 가지기로 했다. 경찰의 미숙하고도 절제되지 않은 대응으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더할 수 없는 불상사다. 그러나 우리는 사건의 보다 근원적인 원인이 집단 의사를 표시하는 데 동원된 폭력임을 새삼 지적한다. 도처의 시위는 ‘전쟁’ 그 자체다. 시위대가 무차별로 휘두르고 던지는 쇠파이프와 죽창, 화염병 등에 이를 진압해야 할 공권력이 속절없이 밀리는 모습이 하루하루 재연돼 대한민국은 법치 아닌 야만의 세계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행 집회·시위법 제5조는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일상처럼 벌어지는 시위치고 금지 대상이 아닌 것이 없을 만큼 시위문화는 불법에 물들어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도 “공공의 질서에 관한 법익 침해의 명백한 위험이 있는 집회·시위까지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하는 것은 헌법이 아니다”(1992.1.28)라고 못박아 왔다.

허 청장이 사임한 당일, 열린우리당은 내년 상반기까지 평화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되 폭력시위는 엄단하는 내용의 가칭 ‘공공질서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평화적인 시위는 적극 보장하고 보호하되 법 테두리 밖의 과격·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대처한다는 취지다. 여당의 입법 계획이 불법·폭력 불용(不容)이라면 탓할 바 못된다. 문제는 언제는 법이 없어 폭력과 불법의 시위가 판을 쳐왔느냐 하는 점이다. 법이 금한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떤 법을 추가하더라도 그것은 입법 만능주의의 폐해를 누적시킬 뿐이다.

새로운 입법 수요가 생긴다면 보완해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런 입법논의에 앞서 불법시위대에 밀리고 다치는 공권력을 위해 그 정당한 권위부터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가 훨씬 더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