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학법, 헌재 결정 앞서 재개정 서두르라

정부가 개정 사립학교법을 기어이 공포한 29일, 한국사학법인연합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400여 사학·종교·시민단체가 ‘사학 수호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법률 불복종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악법 제정 강행이 초래할 사회 갈등의 심화와 국가적 폐해의 예고에 다름 아니다.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28일 제기된 만큼 그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하겠으나, 우리는 언제일지 기약하기 힘든 그 결정에 앞서 여권이 재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거듭 지적해온 대로 개정 사학법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사학재단 이사의 4분의 1과 감사 1명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한 인사로 임명토록 한 개방형 이사제를 비롯해 헌법이 보호하는 재산권과 사적 자치의 원리를 침해하는 내용이 숱하다. 정부는 애써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빗나간 교육관과 편향된 이념으로 무장한 운동권 교원단체에 의해 사학 운영 자체가 좌지우지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정부 여당은 더 늦기 전에 그 악법성을 직시하고, 국민운동본부의 개정 사학법 무효화 투쟁이 더 이상 전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운동본부가 “순교의 정신으로 사학 악법의 철폐와 재개정을 관철하고, 불순세력으로부터 사학과 학생들을 보호하겠다”거나 “사학 수호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연대에 나섰다”고 천명한 사실을 여권은 가벼이 볼 일이 결코 아니다.

여권은 국회의 강행통과와 정부의 공포 절차까지 끝냈다고 해서 교육 현장과 사회의 심각한 혼란, 국가적 폐해 등이 내다보이는데도 내년 7월1일 시행까지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 오래 전에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아직 위헌여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신문악법 전례가 그렇듯, 마냥 헌재만 쳐다보고 있을 일은 못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대신 여당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재개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수습한 경찰공무원법 개정 파문의 ‘전례’를 사학법 사태에 원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