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교수팀 누가 감쌌나’ 문책론 촉각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재검증조사가 중간지점을 넘어서면서 그동안 황교수 연구팀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해온 정부기관 등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9일 2005년 사이언스 발표논문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최종조사 결과이후 황교수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황교수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과기부, 국정원 등 황교수 지원과 보호에 앞장선 정부기관과 교수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대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도 책임=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을 재검증하기 위해 서울대 조사위가 설치된 것은 지난 12일.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의대 교수가 연구원 난자사용 등 의혹을 제기하며 결별을 선언한 지 한달만이다. 그동안 MBC PD수첩의 황교수 연구관련 방영내용을 둘러싸고 황교수팀과 PD수첩측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황우석 교수가 칩거와 입원 등으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었지만 서울대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교수들의 연구를 총괄적으로 관리해야 할 서울대 수뇌부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미 서울대에 대해서는 관리책임을 물어 ‘국가연구개발사업관리규정’상의 제재규정을 적용, 1~3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과 연구윤리를 위한 진실성위원회 설치 등 시스템 개선방안 등을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원만?=‘선택과 집중’식 연구지원으로 황우석 교수에게 연구비를 몰아준 과기부 등 정부기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황 교수팀이 정부로부터 1998년 이래 지원받은 예산은 모두 658억원에 달한다.

특히, 과학기술부는 올해 과학기술진흥기금 운영예산으로 연초 신설한 ‘최고과학자연구지원’ 명목으로 황우석 교수팀에 모두 275억원을 지원했다.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도 과기부는 황교수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과학은 과학인이 검증해야 한다”며 개입하지 않았다. 과기부는 지난 23일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행위가 드러나자 황우석 교수에 대해 향후 연구관리 규정에 따라 연구비 지원 중단 등 후속조치를 취하고 훈·포장과 최고과학자 선정도 철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사후약방문 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보호만?=국정원은 황 교수 신변경호뿐 아니라 줄기세포 기술 보안업무도 맡아왔다. 황 교수를 24시간 밀착경호하는 만큼 “PD수첩팀의 취재 과정 등 사건의 전체 흐름을 상세히 알고 있을 특수한 위치다. 그러나 국정원은 황교수의 보호에만 신경을 썼지, 황교수의 연구관련 활동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교수가 안규리 교수에게 3만달러를 전달할 때도 국정원 직원이 대신 전달했으면서도 처음에는 관련사실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인정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 돈의 출처와 용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있는 김선종 연구원의 자살설 등 그동안의 소문들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