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고통 잊고 웃음으로 새해 맞자”

‘웃으면 복이 온다. 웃음만큼 몸에 좋은 보약은 없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은 30일(현지시간) “올 한해동안 수많은 사건사고에 시달려온 지구촌 사람들의 공통된 희망은 지난날의 상처와 고통을 씻어버리고 웃음으로 새해를 맞는 것”이라며 ‘제대로 웃는 법’ 배우기가 글로벌한 현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독일과 한국에서 ‘웃기 학교’가 각광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과 한국은 ‘웃음’에 관한 한 공통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격동의 현대사를 겪었으며, 잿더미 위에서 경제기적을 이뤄냈고, 보수적인 전통과 사회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는 “독일인들에게 웃어보라고 하면 아마도 지하실에 숨어버릴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도 유교문화 때문에 실없이 웃는 행동을 혐오하고 근엄함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IHT의 지적이다.

이런 두 나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웃음의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 최근 독일에서는 ‘웃기 학교’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하이너 우베르가 만든 이 학교는 이틀간 수업료로 무려 300달러(약 30만원)를 받고 있지만, 비즈니스맨부터 교사, 노인 등 다양한 직종과 연령층 성인 수강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우베르는 “독일인들은 12%에 달하는 고실업률, 통일 이후의 경제난, 불규칙한 날씨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웃기를 두려워하는 독일인들을 바꿔놓기 위해 웃기학교 설립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자신도 나치군인 출신인 근엄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웃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나 인도의 ‘웃기 구루(달인)’ 마단 카타리아와 만나면서 비로소 웃음의 가치와 미학을 터득했다. 우베르의 ‘웃기학교’는 요가식 호흡법과 동작을 응용한 웃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수강생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이 학교는 뮌헨을 중심으로 전국 체인망을 늘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수강생인 35세 여교사는 “웃기 위해 웃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자유로워짐을 느끼게 된다”고 웃음으로 달라진 자신의 삶을 털어놓았다.

‘웃는 법 배우기’는 미국 국방부에까지 파고 들었다. 국방부는 지난해 이라크 파병군인 가족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웃기 클럽’을 개설해 호평받고 있다. 현재 아칸소, 콜로라도, 아이다호 등의 미군부대 내 ‘웃기 클럽’의 수강생은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에서도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한 ‘웃기클럽’이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에는 광진구 우체국이 대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직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일과 후 ‘웃기 강좌’를 열고 있는 등 ‘웃기 바람’이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IHT는 전했다.

오애리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