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문학장르 ‘미니픽션’ 뜬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직 생소한 ‘미니픽션’ 이 새로운 문학장르로 부상하고 있다. 미니픽션작가모임(회장 김의규 성공회대 디지털컨텐츠학과 교수)은 22일 오후 3시 서울 남산에 자리한 ‘문학의 집’ 에서 창작론 발표 및 작품 낭독회를 열었다. 국내 미니픽션 작가들과 대학생 창작 지망생들은 이 자리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미니픽션이 국내에서도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편소설보다 훨씬 짧으면서도 삶에 대한 통찰을 지향하는 미니픽션이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문학장르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미니픽션의 정의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짧은 소설’ 이 되는데, 단편보다 짧은 분량이라는 것만 확실할 뿐 원고량이나 형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미니픽션은 1,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중남미 전위문학에서 등장, 1990년대에 독자적인 문학장르로 정착했다. 90년대 후반에 국내에서도 미니픽션이라는 이름을 단 작품들이 등장했는데, 흔히 200자 원고지 5장 이내로 단편·콩트보다 짧은 단편 소설을 지칭했다.

국내문학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미니픽션작가모임이 등장하면서부터. 현재 소설가, 시인, 수필가, 화가 등 6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이 모임은 구상(1919~2004) 시인의 딸인 소설가 구자명씨가 부회장을, 남편인 김의규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정기 모임, 또는 홈페이지(www.minifiction.com)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고 창작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전인미답의 새 장르를 개척해 왔다.

김 회장은 “신화, 설화, 민담, 우화, 속담, 격언, 구비문학과 삶의 교훈을 사물에 비겨 나타내는 우언(寓言)문학 등이 현대에 이르러 재생된 것이 미니픽션” 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은 스스로의 창작 경험을 예로 들며 “전통적으로 동화나 시의 소재는 되었을지언정 소설의 소재로는 적절치 못하다고 알려졌던 것들마저 미니픽션에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었다 ” 고 말했다.

문화일보 문예사계 출신의 소설가 안영실씨는 “차 한 잔 마시는 동안 정서와 서정이 담긴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 나의 입장” 이라며 “미니픽션도 하나의 문학장르로서 삶의 간절한 그리움과 진실을 담는 것” 이라며 “판소리의 아니리 가락 등 음악리듬을 미니픽션에 접합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고 전했다.

모임의 회원들이 이날 각자 발표한 창작론을 종합하면, 미니픽션은 각종 장르로 분화할 수 있는 ‘문학의 줄기세포’ 다. 기존 장르로 볼 땐, 소설일 수도, 수필일 수도, 운문일 수도 있으며, 아예 단상을 늘어놓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니픽션’ 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허구의 이야기와 더불어 삶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담아야 한다는 것. 모임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진훈 시인은 “압축적인 표현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담아서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겠다는 것이 창작 원칙” 이라고 밝혔다.

이날 창작론 발표 및 낭독회를 성공적으로 끝낸 후, 구 부회장은 앞으로 미니픽션 공모 등을 통해 일반인과 청소년들에게 널리 보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