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미얀 석불’ 레이저로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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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은 부처의 자비를 기리는 석가탄신일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세계적인 고대 불교 유적지 바미얀에는 아직도 부처의 자비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1600여년동안 땅을 내려다보며 발밑을 오가는 중생들에게 자비로운 미소를 드리웠던 세계 최대 바미얀 석불은 지난 2001년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탈레반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고 말았다.

1980∼90년대 아프가니스탄 내전때도 바미얀 석불과 그 주변이 반군게릴라들의 은거지로 사용되면서 상당부분 파괴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9·11테러가 일어나기 수개월전,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인류문화의 소중한 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우상숭배’ 란 이유로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렸다.

인간의 오만과 편견이 저지른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그곳에서 지금 세계최대 석불을 되살려내려는 대(大)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석불을 최첨단 레이저 아트로 부활시키려는 것. 더구나 이 프로젝트는 일회성 ‘쇼’ 가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재건차원에서 국제사회의 협조속에 추진되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돼 2009년 6월 ‘그랜드 오프닝쇼’ 란 목표지점을 향해 본격적으로 레이스중인 ‘바미얀 레이저프로젝트’ 를 중간 점검해본다.

▲바미얀 프로젝트는 무엇 = 모든 것은 한 사람의 예술가에 의해 시작됐다. 세계적인 레이저아티스트인 일본계 미국인 야마가타 히로(58)는 2003년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을 방문, 탈레반에 의해 한낱 돌무더기로 변해버린 석불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의 레이저아트로 바미얀 석불을 재연하는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유네스코,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식 지원과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 영화배우 샤론 스톤 등이 후원자로 이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비용은 최소 900만달러(약 90억원).

야마가타는 원래 바미얀 석불이 있던 자리의 맞은 편 언덕에 일정간격별로 140개의 레이저 시스템을 설치한 다음, 오색 레이저 광선을 쏘아 암벽에 원래 석불과 같은 크기인 높이 52m, 38m의 불상들을 그려낼 계획이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최첨단 레이저로 그려낸 불상의 모습은 장관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필요한 전력은 풍력발전기와 태양 집열판을 이용해 직접 생산한다. 야마가타는 이렇게 해서 생산된 전력의 일부를 가난한 주민들에게도 공급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기여할 계획으로 있다.

야마가타의 시간표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레이저장비와 발전시설 수주를 완료한 뒤 2007년 발전소 완공, 2008년 레이저 장비 완공, 2009년봄 레이저작동 테스트를 거쳐 2009년 6월 드디어 첫 쇼가 시작된다. 레이저쇼는 매주 이틀씩 각 2시간동안 계속되며, 총 12가지의 프로그램으로 상설 진행될 예정이다.

야마가타와 아프가니스탄 당국은 바미얀 레이저쇼를 통해 전쟁과 탈레반으로만 국제사회에 각인된 아프가니스탄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광산업 등 경제부활을 이룰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마가타는 누구 = 1948년 일본 교토 인근에서 태어난 야마가타는 미국으로 이주한 뒤, 프랑스 파리의 명문 미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한 후 유럽과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세계 최정상급의 레이저 아티스트이다. 84년, 88년, 92년, 96년 올림픽 포스터 디자인을 맡았는가하면, 2002년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서 환상적인 레이저쇼를 펼쳐보인데 이어 지난해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도 멋진 쇼를 선보여 전세계 미술애호가들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오애리기자 aeri@munhwa.com


■ 바미얀은 어떤 곳

바미얀은 아프가니스탄 중부 힌두쿠시 산맥에 있는 도시로, 수도 카불로부터 북서쪽으로 129㎞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서기 5세기경 중국문헌인 ‘대당서역기’ 에 범연나국(梵衍那國)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유서깊은 도시로, 불교 성지이자 동서문화가 교차하는 실크로드의 요지였다. 바미얀 불상은 약 5세기경부터 조성되기 시작했고, 천연 그대로의 바위를 깎아 고운 석회로 마무리한 사암 마애석불이다. 630년 현장법사, 727년 신라 혜초스님이 이곳을 참배했다는 기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