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세현의 스타 & 얼굴>‘우리들의 디바’ 이선희

가수가 다른 연예인들보다 힘든 과정을 겪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무대가 늘 시간과 유행에 따른 부침이 심하기 때문이다. ‘큰 가수’ 가 되려면 우선 그런 빠른 유행이나 냉정한 사회적 현실에서도 꿋꿋이 살아 남을 수 있는 큰 개성이나 자존심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가수와는 달리 연기자의 경우는 그들 자신의 경력만큼, 작품 속의 캐릭터에 맞춰서 변신한다면 비교적 시간을 초월하여 슬기롭게 활동 무대를 넓혀 갈 수 있다. 하지만 가수의 경우에는 대부분 창법이나 스타일에 따른 개성이 시대의 유행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그때 그때 맞춰가기보다는 오히려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개성을 유지하고 색깔을 지켜나가는 것이 ‘큰 가수’ 로서 존재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쉽게 취향이 변하는 대중들 때문에 한때 사랑 받았던 팬들로부터 갑자기 소외되거나 배반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하는 요즈음, 노래만 부르는 가수로서 오래 사랑 받기란 쉬워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에게도 지금쯤에는 어떤 유행도 초월하여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물 수 있는 그런 ‘큰 가수’ 가 한 명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특히 여자가수라면 당연히 시·공간을 초월한 ‘디바’ 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실력 있는 가수가 있었으면 한다. 원래 디바(DIVA)라는 단어는 여신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천부적인 자질의 여가수를 칭한다는데 그런 디바가 우리 곁에 과연 있을까?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처음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 세월의 나이를 잊고 열정적인 노래를 통하여 대중들과 의사소통하고 있는 ‘국민 가수 이선희’ . 그녀가 바로 우리들의 디바가 아닐까. 22년전 강변가요제를 통하여 데뷔한 이래 날이 갈수록 그녀의 음악성은 더 성숙해지고 열정적으로 변해 왔지만, 묘하게도 그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는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외모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오히려 더 소녀스러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맑고 깨끗한 피부와 함께 깔끔한 안경테 너머 보이는 투명한 눈빛은 여전히 자신만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소녀처럼 보일 뿐 아니라,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착하고 성실한 여학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그녀를 처음 국민가수로 생각한 것은 지난 월드컵 대회 때 시청 앞에서였던가? 그녀가 부르던 ‘아름다운 강산’ 이라는 노래 때문에, 그 당시의 들뜬 분위기와 함께 뜻 모를 감동과 애국심에 절로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왕의 남자’ 의 아름다운 영화 영상을 배경으로 절묘하게 조화된 최근 그녀의 히트곡 ‘인연’ 은 이선희표 음악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인연’ 은 지금도 내 블로그의 타이틀을 장식하고 있는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다.

‘인연’ 과 함께 13집 앨범 ‘사춘기’ 에서 보여준 이선희의 능력은 한이 없는 듯하다. 싱어 송 라이터로까지 역량을 넓히다니 정말 타고난 순수 음악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투명하고 순수한 디바에게는 이제 세상의 나이가 필요없는 것처럼 보인다.

‘순수함이 끝나면 무대에서 내려오겠노라’ 고 말하는 그녀 이선희. 하지만 아마 그녀는 영원히 무대에서 내려 오지 않을 듯 싶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그녀가 순수함을 잃을 날은 요원하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