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상회담 구걸… 선거용 北風 유도

“북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 등 야당은 “북풍(北風)을 일으키기 위한 전형적인 선거용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북이 전향적으로 나오면 우리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 언급일 뿐”이라며 과잉반응을 경계했다.

한나라당은 10일 “대북 구걸외교가 재연되고 있다”며 노 대통령 발언을 강력 성토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구걸식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건전한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미전향 장기수도 보내고 비료도 보내고 식량도 보낸 우리 정부가 북에 더 양보할 게 남아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용갑 의원도 성명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은 나라의 형편은 살피지 않고 오로지 집권에 목을 건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의원은 “한·미동맹관계가 손상되고 국민부담이 가중돼도 대선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발상”이라며 “결국 노 대통령 발언은 북풍을 이용한 새로운 대선전략”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특히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21일 앞으로 다가온 5·31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면서 “북풍에 기대 선거판을 뒤흔들려는 시도는 국민적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 발언은 남북문제까지도 순전히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여권의 의도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도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의도적인 벼랑끝 전술일 수 있다”며 “결국 좌파 세력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한 전략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한 북한에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북측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도 적극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과잉반응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우 대변인은 야당 일각의 ‘선거용 발언’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 말 한 마디로 선거판이 흔들리겠느냐”고 일축했다.

오남석·심은정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