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북한 늪’에 빠진 중국

“정말 힘 빠집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권위 있는 교육기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조선족 출신의 한 저명 교수는 13일 기자와 만나 장탄식을 늘어놨다. 미사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일처럼 뛰고 있는 중국이 결국 북한을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들이 무위로 끝나버린데 대한 체념의 소리다. 할아버지의 나라인 북한과 김정일 정권에 대한 원망감도 가득했다.

실제로 최근 며칠동안 중국 정부 당국자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평양에까지 가서 북한을 설득했고,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1주일 사이 두 차례나 베이징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외교적인 해결 노력을 포기하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추진 중인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에도 적극 반대한 중국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끝내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중국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북한의 최대 우방이자 원조자이며 무조건적인 옹호자인 중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음은 물론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분석통은 “중국이 북한이라는 늪에 빠져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분석통은 “중국의 간곡한 설득마저 포기한 북한이 과연 최소한의 판단력과 이성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대로 가면 갈수록 중국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13일자에서 “15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모든 시선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쏠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6자회담의 장기 공전 속에서 미국과 일본이 압박을 계속할 경우 중국은 외교적 선택을 강요 받을 수도 있다. 이미 협상 국면은 일단락됐고 제재 국면이 시작됐으며 중국도 일정 정도 그 흐름을 탔다. 늪에 빠진 중국이 어떻게 북한 수렁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허민 / 베이징특파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