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갈등 심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2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 = 정부는 지난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르면 내년부터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아래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대 3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2000억원 정도 소요되는 예산 확보와 재계의 반대 등이 관건이 돼 왔다. 이에 따라 노동부뿐만 아니라 범부처적으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고, 별도 팀까지 구성해 부처간 이견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노동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국무조정실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안을 확정키로 했으나 부처간의 이견이 여전한데다 열린우리당의 의견수렴을 이유로 최종 발표를 연기해 향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노동부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등에서는 예산 부족과 국회에서의 예산확보 어려움, 정규직 증원조정 문제 등을 이유로 앞으로 더 협의를 해보자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 부처간의 큰 이견은 없었다”면서 “다만 당의 의견을 더 들어본 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계 “강력 반대” =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경제계는 강력 반대하고 있다. 특히 재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경제현실을 무시한 채 인기·선심성 정책으로 이 문제를 추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계는 비정규직문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노사문제를 더 꼬이게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곧바로 민간부문을 압박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빗발치는 요구와 노조들의 적극적인 투쟁 등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고, 기업들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 수뇌부는 지난달 31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재고를 강력 요청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무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민간부문까지 압박, 노사간, 노조간 분쟁이 예상되는 만큼 재검토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한 경제단체의 관계자는 “경제 및 노동계의 최대현안인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부문이라고 해서 당정이 일방적으로 정규직화하는 것은 한국 경제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