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경제大戰 현장을 가다>한국상품, 맨해튼서도 ‘세계 1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옥외홍보물이 나란히 설치된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앞을 금발의 뉴요커가 지나가고 있다. 뉴욕 = 임정현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애비뉴 80번가. 미국의 대표적 전자제품 유통체인인 서킷시티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브로드웨이와 80번가 도로를 ‘ㄱ’자로 접한 쇼윈도엔 모두 8대의 TV세트가 진열돼 있었다.

브로드웨이 쪽 쇼윈도엔 삼성 보르도 32인치 LCD, 삼성 밀라노 40인치 LCD, 소니 브라비아 32인치 LCD, 삼성 보르도 40인치 LCD, 삼성 보르도 23인치 LCD TV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80번가 도로를 접한 쇼윈도로 눈길을 돌렸다. 삼성 42인치 PDP TV 3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런데 쇼윈도에 진열된 8대의 TV중 7대가 삼성제품이었다.

지난 9일 점심 무렵 맨해튼에 있는 서킷시티 매장을 찾았다. 쇼윈도를 온통 삼성TV로 채운 이유가 궁금했다. 닉 파글리아로라고 자신을 소개한 서킷시티 지점장에게 “삼성의 로비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며 “쇼윈도는 우리 매장에서 벌어지는 업체들간 전쟁에서 누가 우세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황판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의 심장’인 미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다. 진입 장벽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무한경쟁의 혈투’가 항상 벌어진다. 디지털TV 제품의 경우 업체들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연간 30~40%나 가격을 내릴 정도로 죽고살기식 전쟁을 벌이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기업들마다 연간 30여종의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지 10여년. 한때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말이 ‘싸구려’라는 뜻으로 통할 정도로 외면을 받았다. 2006년 8월의 상황은 어떨까. 2주동안 뉴욕과 뉴저지, 텍사스 댈러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등 미국의 동부와 서부, 남중부 지역을 두루 둘러봤다. 가는 곳마다 한국산 제품들은 베스트바이나 홈데포, 서킷시티, 시어스 등 유명 유통매장의 선반을 휩쓸고 있었다. 세계 최고 시장인 미국 유통점의 ‘안방’을 한국산 제품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 제품들의 이런 기세는 수치상으로도 입증된다. 삼성전자 디지털TV는 올 상반기 20.2%의 미국 시장점유율을 기록, 19.6%를 기록한 소니를 눌렀다.

LG전자는 지난해 휴대전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분야에서 30.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모토로라(13.4%)와 노키아(10.9%)를 앞섰다.

한때 다른 기업들과의 브랜드 제휴를 하기도 하고, 우리의 이름을 내세우지 못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미국 땅을 힘들게 두드리던 우리의 기업들…. 이젠 당당한 우리의 독자 브랜드로 ‘글로벌 정상’을 노리고 있다. 삼성이 자체 개발한 와이브로(휴대인터넷)기술을 통신기술 종주국인 미국의 이동통신사 스프린트에 수출한 것은 우리의 기술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 ‘수출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은 한결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진짜 험난한 싸움은 이제부터입니다.”

뉴욕·뉴저지·댈러스·샌디에이고 = 박상주기자
sj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