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20% 月평균 39만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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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간 소득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빈곤가구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저소득가구의 가계수지가 반기별 기준으로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빈곤층으로 확산되기도 전에 경기흐름이 다시 꺾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빈곤가구의 살림살이는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득 하위 20% 저소득 빈곤가구(1분위)의 가계수지는 월평균 -39만9080원으로 나타났다. 가계수지는 가계소득(경상 + 비경상소득)에서 가계지출(소비 + 비소비지출)을 뺀 것으로 플러스면 흑자, 마이너스면 적자를 의미한다.

즉 이 기간 1분위 가구의 가계부엔 매달 39만9080원씩, 6개월동안 모두 240만원 정도의 적자가 난 셈이다. 이는 2005년 상반기(월평균 36만4770원 적자)에 비해 10%, 금액으로는 매달 3만4310원씩 적자폭이 더 늘어난 것으로 통계청이 전국 가구를 대상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1분위 가구가 벌어들인 돈은 월평균 80만7060원이었지만 식비나 교통비·교육비 등 소비지출로 나간 돈이 109만2010원, 여기에 세금이나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각종 비소비지출로 빠져나간 돈이 11만4130원이었다.

반면에 다른 소득계층의 살림살이는 지난해보다 한결 나아졌다. 이 기간 2분위 가구의 가계수지는 2만9970원에서 4만8780원으로 흑자폭이 1만8810원(62.8%) 늘어났고 ▲3분위 가구 34만8490원→35만5280원(1.9%) ▲4분위 가구 72만2440원→74만270원(2.5%)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 182만1600원→191만140원(4.9%) 등 나머지 소득계층에선 흑자폭이 일제히 증가했다.

빈곤가구의 살림살이가 나빠진 직접적인 이유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 늘어났지만 지출은 5.8% 증가했다. 특히 비소비지출 증가율이 12.8%에 달해 빈곤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떨어뜨리고 전반적인 소비여력을 약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노영기(경제학) 중앙대 교수는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결국 빈곤층”이라며 “정부가 복지지출을 늘려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보다는 경기를 살려 시장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