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중립성’ 최대 쟁점 예고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다음달 퇴임하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후임에 전효숙(55·사법시험 17회) 헌법재판관을 지명함에 따라 소위 ‘코드 인사’와 이로 인한 헌재의 중립성 훼손 문제가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사립학교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들이 차기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치열한 여야간 공방이 예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 후 진보적 판결 두드러져 = 노 대통령이 논란을 무릅쓰고 전 지명자를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지명한 것은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판결 성향을 높이 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헌재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라는 시대적 요청에 잘 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지명자는 지난 1997년 검찰의 무리한 구속 수사로 남편이 자살하는 등 가정파탄을 겪은 여성에게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그는 1998년 제일은행 소액주주 소송 재판에서 부실경영으로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옛 은행장과 임원들에게 400억원의 배상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전 지명자는 이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정책 노선과 입장을 함께하는 의견을 많이 내 관심을 모았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느냐를 묻는 2003년 헌법소원에서 전 지명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인 사전준비 행위 또는 정치적 제안에 불과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에서도 전 지명자는 재판관 9명 가운데 유일하게 각하 의견을 내 주목받았다.

이 밖에도 전 지명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한 위헌 여부 결정에서도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고, 부산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9급 공무원시험의 응시연령을 만 26세로 제한한 임용시험령 위헌 사건에서도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는 등 전 지명자는 각종 결정에서 전향적인 판결을 많이 내렸다.

이에 따라 향후 헌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립학교법과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해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헌재소장 역시 다른 재판관들과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지만 새로 꾸려진 헌재의 성향이 과거보다 진보적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이나 자녀 병역 문제 = 전 지명자는 올해 2월 신고한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남편인 이태운(58·사법시험 16회) 의정부지법원장과 함께 지난해보다 1억9009만원이 증가한 14억70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의 시가는 20억원대로 알려져 있지만 기준시가에 따라 4억6000만원으로 신고돼 있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또 일부 공직자들과 달리 남편과 아들의 병역문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남편인 이 지법원장은 군법무관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아들 역시 지난 2002년 공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