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깨어난 신라여!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가 9월 한달동안 미술로 되살아난다. ‘경주화가’ 박대성씨가 ‘천년 신라의 꿈’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연다.

서울 북촌미술관 기획의 ‘천년의 황금도시 - 경주’전이 경주 국립경주박물관과 서울 북촌미술관, 부남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석굴암, 분황사, 석가탑, 포석정 등 경주의 유적지, 남산 소나무숲이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신라의 문화 및 역사와 더불어 재조명되고 있다.

◆ ‘경주화가’ 박대성의 경주이야기

한지수묵화에 오늘의 우리 자연을 펼쳐온 한국화가 박대성(61)씨. 독학으로 전통의 산수화 문인화를 익혀 소재와 기법을 실험해온 그는 10년전부터 경주에서 역사와 문화의 도시를 화폭에 담고 있다. 6년전 남산자락에 직접 한옥을 지은 ‘경주화가’는 수묵 작업 틈틈이 대나무담장, 연꽃이 피는 연못을 직접 다듬으며 소나무숲 옆에 자연정원을 일궈왔다.

6년만에 여는 개인전의 주요 대상 역시 경주의 자연과 유적들이다. 10월1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천년 신라의 꿈’전에서 박씨는 가로 4.4m, 세로 2.5m 크기의 500호짜리 경주풍경을 비롯, 12m화폭에 석굴암 본존불과 십대제자상을 펼친 ‘법열’등의 경주그림 외에, 비현실적인 구도 등 독특한 조형미의 산수화 문인화 등 5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석가탑, 다보탑, 불상, 황룡사 9층석탑이 들어서고 사슴, 전설의 동물이 뛰노는 500호크기 경주그림은 붓 외에 탁본처럼 먹을 눌러 찍은 기법으로 강한 힘과 기를 드러낸다. 대작 ‘법열’ 역시 작은 색점으로 이뤄진 화면 위로 흰 여백이 도드라지는 독특한 공간이 실제 석굴암을 대하듯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지금도 예서 초서 등 글씨에서 그림의 기본을 공부한다”는 화가는 집주변의 소나무숲이나 분황사, 안압지 등 경주의 명소를 작가 특유의 구도로 재구성해낸다. 02-720-1020

◆ 국내화가 25명의 경주그림

5일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한 ‘천년의 황금도시 - 경주’전(28일까지)에는 화가 25명의 작품 100여점이 전시중이다. 경주전에 이은 서울전은 이달 30일부터 11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미술관과 경운동 부남미술관에서 열린다.

경주를 미술품으로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북촌미술관의 특별기획전에 참여한 화가들은 각기 일정기간 경주에 체류한 뒤 자신이 보고 느낀 경주를 특유의 화풍으로 담아냈다. 이열모 김동수 박대성 오용길 정하경 문봉선 이호신씨 등 한국화 중진 외에 장이규 이종구 이재삼 김종수 김성호씨 등 서양화가, 판화가 김억씨 등 작가 25명이 각기 3, 4점씩 출품했다.

전시작 중 김범석씨는 여러달 남산꼭대기에서 스케치한 180도 각도의 경주 전경을 무려 10m길이의 대형 한지수묵화에 담아냈다. ‘목탄화가’ 이재삼씨가 캔버스에 정교하게 묘사한 한밤의 ‘분황사 모전석탑’그림도 가로 5.54 m, 세로 2.27m의 대작이다. 이종구씨는 종이부조의 불상에 야생화와 씨앗 등을 덧붙인 작업을 통해 경주의 역사 유산에 경의를 표했다. 02-741-2296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