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 출신 첫 首長…‘북핵’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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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사실상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은 ‘한강의 기적’만큼이나 경이로운 ‘한국외교의 승리’로 평가된다. 분단국 외교관이 이 자리를 차지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깨뜨렸다는 점에서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외교의 대통령’ ‘속세의 교황’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한국 국가브랜드 이미지가 제고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한국의 발전과 민주화에 대한 국제사회에 대한 평가, 반 장관에 대한 긍정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은 물론이고 꼬일 대로 꼬인 한반도 현안을 푸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영향력이나 발언권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는 객관적인 평가에 크게 못미쳤던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도 유엔 사무총장의 의미는 각별하다. 향후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권 지도국의 위치를 공식적으로 확보한 셈이다. 소속 직원만 1만6000명에 달하는 유엔 기구에 한국인의 진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대륙별 순번제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앞으로 최소 100년간은 한국에 다시 기회가 오기 힘들다는 점에서 외교사의 쾌거로 기록될 듯하다.

국제 외교문제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실리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보다 가시적으론 북한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불리한 국제여론의 흐름을 잡아갈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유엔이 북한의 입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게 한다든 지, 거꾸로 국제사회에 북한이 원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데 유리한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전에도 반 장관은 남북교류 등 남북관계가 동북아평화, 나아가 세계평화에 얼마나 중요한 지 설득해왔다.

독도문제나 배타적 경제수역(EEZ)확정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한·일 외교현안이나 영토문제, 동북공정 등으로 역시 갈등이 일고 있는 한·중 외교현안을 다루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중립’적인 위치를 요구받은 사무총장의 입지상 한계는 있지만 한국 입장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사무총장은 주요한 시점마다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불리할 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이 보다 많은 국가의 입장과 이해를, 특히 중견국및 약소국의 이해관계도 대변해야하는 거중조정 역할이 요구된다는 한계도 지적한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이 대북제재결의안까지 나온 상황에서 당사국 외교관으로서 오히려 공개적인 역할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는 외교경험을 잘 조절해야하는 반 장관의 과제임은 분명하다.

부수적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공동번영에 기여하는 평화애호국으로서의 정체성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도 얻게 된다. 강대국을 중심으로 특정 국가에 편중됐던 외교의 지평도 자연스럽게 다자주의로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