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활력 위해 노동유연성 제고 화급하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대 기업과 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30일 발표한 ‘기업활력 진작 10대 규제정책 과제’에서 79.0%가 노동유연성 제고를 제1의 과제라고 대답했다. 조사 대상자 10명 가운데 근 8명이 낮은 수준의 노동유연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인수·합병(M&A) 방어제도 구축(70.4%),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선(59.2%),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55.7%), 상법상의 신규 규제 도입 철회(51.3%) 등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규제 리스트’의 역표현이다. 이렇듯 기업활동 저해요인이 줄줄이 늘어선 상황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빈말에 가깝다.

분초를 다퉈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글로벌 경쟁무대에서 적절한 인력을 적시에 확보하고 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기업의 사활(死活)이 걸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기업인들이 유·무형의 규제가 인력의 적시 확보, 적소 배치를 가로막고 있다고 호소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의 연장’만 해도 그렇다. 7월 시행되는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의 고용과 처우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2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상당수 기업은 기존 비정규직을 해고했거나 해고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긴커녕 그 불안을 부추기다시피하니 이보다 더한 역설도 드물 것이다.

대립적 노사관계도 노동유연성의 족쇄다. 강성 노조가 득세하는 사업장에서는 주문에 따라 철야근무하는 라인도 있고, 일손을 놓은 라인도 있게 마련이지만 노조가 인력의 전환배치에 흔쾌히 동의하는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경직성과 잦은 분규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강성 노조가 조합원을 실질적으로 돕는 것도 아니다. 노동부의 5422개 기업 임금교섭 내용 분석에 따르면 노조가 없는 기업의 지난해 임금인상률은 5.2%로 무노조 기업의 4.5%보다 높았다. 싸울수록 잃는 건 기업 경쟁력만이 아닌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9일 경북 포항에서 열린 ‘노사정 산업평화 공동 선포식’이 돋보인다. 지난해 포항건설노조의 장기파업으로 물심 양면의 상처를 입은 시민들이 나섰고, 법원도 포스코와 건설노조의 중재·화해를 모색하는 만큼 우리는 ‘포항발(發) 신노사문화’가 각 지역, 각 기업으로 확산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