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시간48분 ‘노래 마라톤’

14일 저녁 11시31분 한국기록원 김덕은 원장이 담담한 목소리로 도전 종료를 알리는 순간, 소리꾼 김석옥(여·52)씨는 가족과 지인들에 둘러싸인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김씨는 오직 남편을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마이크를 간신히 잡고 무박 3일의 사투를 정신력으로 이겨내며 노래를 이어갔다. 도전을 마친 김씨는 “함께 응원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삶에 아픔이 있으신 모든 분들이 도전정신을 가지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석옥씨는 뇌종양 말기 투병중인 남편 임복기(54)씨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지난 12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강남의 한 노래방에서 50분 노래, 10분 휴식을 하며 ‘60시간 연속 1000곡 노래부르기’ 세계기록 도전을 시작했다.

‘쉬지 않고 노래부르기(Longest singing marathon by an individual)’는 영국 기네스북 본사가 인정하는 기네스북 공식 기록 가운데 하나로 작년 11월 독일의 팀 하트무트씨가 세운 59시간12분이 현재 이 부문 세계기록으로 공인받고 있다.

김씨는 도전 중간에 목에 통증을 호소, 25분간 노래가 중단되는 우여곡절 끝에 총 59시간48분, 979곡을 불러 종전 세계기록 59시간12분을 경신했다.

아내의 도전을 쭉 지켜보던 남편 임복기(54)씨는 “환자가 돼서 아내의 발목을 잡는다”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자랑스러운 아내를 꼭 안았다. 고시 준비중인 아들 임정혁(28)씨도 “어머니가 자랑스럽다. 그러나 다음에는 안 하셨으면…”이라며 어머니의 볼에 사랑이 담긴 뽀뽀를 했다. 김씨의 도전과정을 지켜본 김덕은 한국기록원 원장은 “요즘처럼 모두가 힘든 시기에 (이번 도전이) 힘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활력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석옥씨의 ‘대단한 도전’은 한 이용자제작콘텐츠(UCC)업체에 의해 전국으로 생중계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