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000여건 헤집겠다는 황당무계한 과거사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14일 지금까지 접수된 진실규명 신청사건 1만860건 가운데 9154건에 대해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2006년 4월25일 첫 조사개시를 결정해 현재 조사가 완료됐거나 진행중인 388건과 직권조사 사건 등을 제외하고도 그렇다.

2005년 12월1일 발족한 과거사위의 활동기간은 첫 조사개시 결정일 이후 4년간이다. 과거사위가 이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자면 하루 평균 7∼8건씩 처리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김동춘 상임위원 스스로도 “신청인과 관계자 등 1만여명을 조사해야 하는데 조사인력이 43명에 불과해 존립기간까지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독립 위원회의 업무의욕 차원을 훨씬 넘어 황당무계에 가깝다는 게 우리 시각이다.

9154건 중 7533건은 6·25를 전후한 시기의 국군과 경찰, 우익단체나 미군에 의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이다. 반세기도 넘은 그들 사건에 대한 자료수집과 피해자 및 관련자 증언 등을 제대로 확보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위원회가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하긴커녕 건국 초기의 여러 사건을 헤집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에 흑칠만 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예산·인력·조사권한 타령도 듣기 민망하다. 송기인 위원장은 “예산과 인력부족 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며, 신청기간 연장과 조사권한 강화, 인력충원을 위해 기본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7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최한 과거사정리 관계위원장 초청 오찬에서 송 위원장이 “(과거사 정리가) 진작 있었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우리 대통령께서 이렇게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 감사드린다”고 한 대목을 되돌아보는 우리는 그런 ‘노비어천가’로 과거사를 헤집는 데 190여명을 고용하고 연간 120억원의 국민혈세를 계속 축내나가도 무방할지 다시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