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세현의 스타&얼굴> 색안경 너머 미소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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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해가 지났지만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있었던 그의 컴백 공연을 보기 위하여, 나름대로 중요한 약속들을 뒤로 미루고, 그 광란의 무대 앞 한자리를 열심히 지키며 그의 음악에 심취했던 일이 있다.

약속을 미룬 것은 차치하고라도, 행사나 새로운 장소에 나서기 쑥스러워하는 터에, 그 당시 가장 이슈가 되는 스타의 공연에 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서태지’ 공연이었고, 그의 카리스마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 싶은 충동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동안의 공백기 뒤에, 빨간 레게 머리와 짙은 선글라스 차림으로 우리 앞에 돌아왔던 서태지는 그야말로 전설 속 인물처럼 내 눈에 비쳤다. 서태지만큼 후배 가수들에게 많은 음악적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가 또 있을까? 음악인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감성적인 젊은이들이 그의 음악세계에 빠졌었던가!

우리 앞에 처음 등장했던 15년 전, 챙이 긴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서는, 그 당시의 사회 환경으로는 기이할 정도로 이색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던 그였지만, 그 눌러 쓴 모자 아래 비친 얼굴은 정작 가장 소년다운 모습이었다. 모범생 같은 뿔테 안경에 피노키오처럼 오뚝한 코와 유난히 희고 깨끗한 피부는, 우윳빛 소년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그런 무대 위 모습과 상반된 얼굴의 이미지가 그를 더 신비스러워 보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은퇴 후 수년 만에 다시 나타나면서 함께 등장했던 그의 크고 짙은 선글라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긴 단발 머리를 하고 다시 한국의 공항에 나타났던 그 시절, 사진 작업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정말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나의 호기심은 그 짙은 색안경 너머 그의 눈을 보고 싶은 것이었고, 어떤 조명으로 가능할지 속으로 꽤 연구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도 촬영 후 필름에 기록된 색안경 뒤의 표정은 잘 살아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필름들에서 발견한 그의 모습은 여전히 맑고 순수했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났음에도, 그의 요란한 레게 스타일 속에도 그의 본래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사진가로서 렌즈 뒤 한 스타의 본래 모습을 발견했던 기쁨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사진가의 호기심은 가끔씩 짓궂기까지 한 것이, 카메라 앞에 등장한 모델이 자꾸만 숨기고, 달아나려 할 때 더더욱 사진가의 호기심은 그를 쫓아가서 발견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한 예로 파파라치라는 직업 사진가들의 경우도 나의 생각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파파라치들 앞에서 보란 듯이 사진을 촬영하라고 드러내 놓는다면, 어디 싱거워서 촬영할 맛이 나겠는가?

서태지의 경우도 꼭꼭 숨고 싶어하는 그의 성격 탓에 대중은 더욱더 그의 모습을 갈망했던 것 같고, 짙은 색유리로 마음의 창인 눈의 표정을 감춰 버리니까, 세상 사람들은 그 작은 거인의 생각과 표정을 보려고 더욱 안달했던 것 아닌가 싶다.

우리 시대의 전설적 아이콘인 그의 모습을 나의 사진첩에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나로서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드러내기보다는 숨고 싶어하던 한창 때의 그를, 호기심 가득했던 마음으로 만났었기에 더더욱 의미 있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