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不(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 금지)정책 폐지” 전면 확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 한국정부의 3불(본고사·고교 등급제·기여입학 금지) 정책에 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가운데, 국립 서울대와 사립대학 총장들이 잇달아 3불 정책 폐기를 공개리에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3불 정책 폐지는 대학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대학과 교육당국의 정면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대학들은 올해 말로 예정된 차기대통령선거 후보자들에게 3불정책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져 주요한 대선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158개 사립대 총장들로 구성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3불정책은 대학 경쟁력을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라고 못박고 이를 폐지해 줄 것을 정부에 적극 건의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22명의 회장단 가운데 서강대 손병두 총장, 국민대 김문환 총장, 백석대 장종현 총장,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 등 15명이 참석했다.

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대학 학생선발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제는 3불정책을 재고할 때가 됐다”며 “교육시장도 개방되고 경쟁이 더욱 심해지는데 우리만 이런 제도를 고집한다면 국제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립대총장들은 또 이 자리에서 사학법의 신속한 재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위원장 장호완 교수)는 21일 정부의 ‘3불정책’이 대학 교육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하며 대학의 자율이 완전히 보장되는 입시 제도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호완 발전위원장은 “71명의 발전위원 모두 ‘3불정책’이 대학 성장과 경쟁력 확보에 암초 같은 존재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지나친 규제는 다분화하고 자율적인 상황에서 적절치 못하다”며 ‘3불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OECD의 ‘3불정책’ 비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수월성과 다양성을 제고하는 것은 대학의 본령이므로 세계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학생 선발권을 자율에 맡김으로써 대학 교육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 전형에서 수능비중을 강화한 일부 사립대의 계획에 유감을 표시하고, 내신 위주의 입시정책에 협조해 달라는 것을 골자로 한 ‘서한’을 금명간 각 대학에 보낼 방침이라고 교육부측은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21일 대학 자율화 확대 방안을 논의할 ‘대학자율화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논의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대학 교수를 비롯한 교육계 인사 8명, 경제계 2명, 법조계 1명, 언론계 2명, 시민단체 2명, 교육부 및 건설교통부, 재정경제부 등 정부위원 6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교육부는 이번 위원회를 통해 교육과정, 학사운영, 재정운용, 학생정원, 교원인사, 사학법인 등 대학운영 전반에 걸친 불합리한 규제를 파악해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되 3불정책은 논의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문성웅·윤두현기자 sw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