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상대 ‘핸드폰 깡’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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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고교에 다니는 김모(17)군은 최근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을 걱정하다 인터넷에서 ‘1분내 휴대전화 소액대출’이라는 광고를 보고 H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돈이 급했던 김군은 휴대전화로 8만원을 결제하고 4만8000원을 즉시 통장으로 입금받았다. 김군은 “‘부모님 동의를 받았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불러달라고 했다”며 대출과정을 설명했다.

10대 청소년을 겨냥한 ‘휴대전화 소액결제깡’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정 물품을 구입하면서 휴대전화로 결제하고 물품 대신 선이자를 제한 현금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대출업체들은 인터넷게임 아이템 등을 구입해 아이템거래 사이트에 되팔면서 현금화하고 있다. 대부분 수수료가 40%에 달하지만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청소년들이 쉽게 유혹에 넘어간다.

실제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휴대전화 소액대출’, ‘아무나 가능 소액대출’, ‘휴대전화 소액인증 3분대출’ 등의 카페 20~30개가 개설돼 있다. 생활정보지에도 ‘핸드폰 즉시대출’, ‘연 60%이하 소액대출’ 등의 광고가 홍수를 이룬다.

인터넷에 광고중인 대출업체 H사, C사 등 7곳을 확인한 결과 7개 대부업체 모두 미성년자라고 밝혔음에도 휴대전화 번호와 명의자의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부모 동의없이 대출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일부 회사들은 “부모님 동의를 받았느냐”고 물어보지만 형식적인 질문에 불과하다.

경찰 조사결과 휴대전화 소액 대출업체 상당수가 무허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카페 ‘휴대전화 소액결제 피해자모임’에는 수십건의 피해사례가 올라와 있다. 지난달 마산에서는 10대 청소년을 포함해 모두 4000명의 회원에게서 최고 연 600%의 연이율을 받아챙긴 불법 소액대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마산중부경찰서 조원주 경장은 “소액대출 업체들 상당수가 대부업법상 무등록광고, 무등록대부업, 이자율 초과 혐의를 받고 있다”며 “학생들이 부모 명의 휴대전화에 부모 주민번호를 알고 있어 시스템상 초등생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동의는 넘어가기 쉽고 결제 금액이 한달 후 자동이체되면 소액이라 확인이 잘 안돼 용돈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휴대전화 소액 대출업체들은 정식업체로 등록이 안돼 있고, 아이템 중계업자나 소액결제업체라고 주장한다”며 “소득 대비 수입이 적은 20대뿐만 아니라 용돈이 필요한 청소년까지 대출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