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두 남자 무대로 뚜벅 뚜벅…

영화 ‘올드 보이’의 라이벌 최민식, 유지태씨가 이번에는 무대에서 맞붙었다. 최민식씨가 5월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필로우맨’(오른쪽 사진)에 출연하고, 유지태씨는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한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5월27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 제일화재세실극장·왼쪽 사진)의 주역을 맡았다.

‘필로우맨’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토니상을 거머쥔 마틴 맥도너의 명작. 반면 ‘귀신의 집으로…’는 유씨가 아이디어를 내고 박수진씨가 쓴 창작극. 또 최씨는 원래 연극 무대에서 출발한 배우로 ‘에쿠우스’ ‘택시드리벌’ ‘박수칠 때 떠나라’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였고, 그 에너지는 영화에 그대로 투영됐다. 하지만 유씨는 모델 출신으로 영화 ‘바이준’으로 시작, ‘주유소습격사건’ ‘봄날은 간다’ 등에서 스타로 자리매김했지만 카리스마에 있어서 최씨만 못하다.

이와 함께 ‘필로우맨’은 작품 선정에 있어서 국내 최고 극장의 권위를 자랑하는 LG아트센터 기획공연이다. 그러나 ‘귀신의 집으로…’는 전통은 있지만 극장 성가에 있어서 ‘필로우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다.

또 ‘필로우맨’에서는 최정우, 이대연, 윤제문씨 등 이미 연극과 영화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중진 배우들이 출연, 한국 연극의 기대주 박근형씨의 연출 아래 끈끈한 앙상블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귀신의 집으로…’는 뮤지컬 배우 김태한, 방진의, 박명신씨 등 상대적으로 신인급들이 호흡을 맞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역시 무대에서는 최씨의 ‘필로우맨’이 강세일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는 역시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유씨는 2002년 연극 ‘해일’에서 오달수씨와, 지난해 연극 ‘육분의 육’에서 장현성씨와 더블 캐스팅으로 무대에 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였다. 유씨는 연극 무대에서 출발, 현재 스크린에서 최고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오, 장씨 등과 ‘카메라 조작’을 배제한 채 완전 무방비 상태로 경쟁을 벌여 자신이 결코 간단치 않은 배우임을 확인시켰다. 특히 흐르는 땀과 숨소리마저 그대로 보이고 들릴 정도인 소극장 무대에서 창작극으로 승부하는 그에게서 ‘진짜 배우’의 근성도 엿보였다.

또 세련된 감각에 강한 에너지를 담아내는 데 특기가 있는 이지나씨가 이들 신인을 조율, 독특한 앙상블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확실하게 준비된 ‘큰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어가는 박씨와 좋은 승부가 기대된다.

▲ ‘필로우맨’

현실의 취조실과 소설 속의 잔혹한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끔찍하게 잔혹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운 유머로 가득 차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은 소설가인 동생 카투리안과 지능이 떨어지는 형 마이클. 카투리안이 소설에서 묘사한 것과 같은 수법으로 살인사건들이 터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가 쓴 작품과 흡사한 수법으로 엽기적이면서 잔혹한 어린이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범행과 그의 소설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이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소설가 형제들의 충격적인 어린 시절이 드러난다. 카투리안 역을 맡은 최씨는 “설명하기 힘들 만큼 새로운 작가의 상상력에 끌렸다”며 “오랜만의 무대라 설레기도 하지만, 다중적인 인물이라 불편하고 두렵다”고 말했다. 02-2005-0114

▲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

유씨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냈다는 이 작품은 나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모성애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팬터지 형식으로 풀어냈다.

연극은 사기꾼 퇴마사와 미모의 평론가, 방송국 PD가 TV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서울 망우리의 한 흉가를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씨는 여기서 흉가에 살고 있는 엄마와 소녀의 한스러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신비로운 인물 인우 역할을 맡았다. 02-541-4519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