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한국계 증오 범죄” 한인사회 후폭풍

미국 역사상 최악의 교내총격사건의 범인이 한국학생으로 밝혀지자 미국내 한국 교민사회는 이 사건의 파장과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다.

우선 워싱턴 지역 일본군 강제위안부 결의안 추진 범대위는 오는 19일 로비데이 행사를 취소한다고 17일 밝혔다.

뉴욕·뉴저지 지역에서 한인유권자운동을 전개하며 위안부 결의안 지지운동을 전개하던 한인유권자센터(김동석 소장)에서도 50여명이 이날 워싱턴을 방문해 미 연방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를 전개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연기했다.

김동석 소장은 “이번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사를 벌인다는 것이 의회 분위기에도 맞지 않아 연기키로 했다”면서 “그러나 위안부 결의안 채택 활동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로 예정된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총리의 미국방문(26~28일)을 앞두고, 100명의 의원들로부터 지지서명을 받을 것 같았던 결의안 지지운동이 순식간의 역풍을 맞은 셈이다.

한국관광공사는 CNN에 방송할 예정이었던 한국관광브랜드 ‘코리아 스파클링’ 광고를 17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미국 주요도시를 돌며 열 계획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홍보행사를 취소했다.

한인자원봉사활동을 바탕으로 유권자 운동을 전개하는 워싱턴 한인봉사단체(KoAmCo)의 공동대표인 애너밸 박씨도 이날 긴급 e메일을 통해 “뉴욕에서 벌써 한국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다”며 “아시안아메리칸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자”고 회원들에게 호소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어린 자녀를 둔 한국인 학부모들이다.

한인 학부모들은 이날 학교에서 어린 자녀들이 범인과 같은 국적인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차별을 받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이날까지 특별한 사고가 생겼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미국 학생들이 ‘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18일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범인 조군이 자랐던 패어팩스 카운티의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교육청에 이같은 사실을 미연에 막아달라는 청원을 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엄청난 사고로 자녀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혹시 문제가 있으면 상담치료를 받게 하고 각 가정에서도 각별히 배려해달라”는 통지문을 학생편으로 보냈다.

뉴욕과 뉴저지주 일부 학교에서는 한인이라는 것을 알고 침을 뱉고 물건을 던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저지주에 거주하고 있는 황현주(48·뉴저지주 패터슨 제2공립초등학교 교사)씨는 “17일 뉴저지주 교육위원 선거에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한인 4명이 출마했는데,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전반적인 한인 권익 신장 운동을 펴왔던 활발한 움직임들이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황씨는 “무엇보다 한인 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런저런 말썽에 휘말리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많지만, 가장 큰 걱정은 마음에 큰 상처를 받는 것”이라고 며 “이곳에 사는 한인들은 이번 사건이 인종 문제가 아니라 총기법과 정신질환자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목 뉴욕한인회장 당선자는 이날 뉴욕시경을 방문, 이번 사건으로 반한(反韓) 인종주의가 등장해 우발적인 사건,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 한인들의 신변안전에 대한 뉴욕경찰의 협조를 요청했다.

블랙스버그 = 최형두특파원, 오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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