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民특위 무산 반세기만의 賣國재산 환수

친일반민족행위자 9명이 축재해 그 후손이 소유중인 토지 154필지 7만7200여평에 대한 재산조사위원회의 2일 국가환수 결정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헌법 전문)하고 있음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제헌국회가 1948년 9월 건국법률 제3호로 제정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이 출범시킨 반민(反民)특위의 활동이 이듬해 6월 사실상 무산되고 1951년 2월 그 법마저 폐지된 이후 반세기 훨씬 지나 비로소 ‘매국(賣國) 재산’의 환수를 가시화한 결정이다.

조사위는 지난해 7월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 452명을 조사해온 만큼 남은 해당자의 재산도 추적할 책임이 무겁다. 그 과정에서 친일 청산의 대의를 그르칠 수도 있는 여지까지 스스로 경계하기 바란다. 2005년 12월 공포·시행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제2조에서 ‘친일 재산’을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15일 광복까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상속받은 재산과 친일 재산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증·증여받은 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제2조에 앞서 제1조에서 ‘선의의 제3자 보호, 거래의 안전’을 강조하고 있음을 위원회 역시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는다. 소급입법을 통한 재산권 박탈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 만큼 친일 청산이 또 다른 차원의 갈등 소지가 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법적 안정성을 외면하든지 가벼이 여기는 식의 포퓰리즘을 배격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환수 재산을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을 위한 생활안정 지원금, 독립운동 기념사업 등에 우선 사용한다는 구상은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같은 ‘트레이드 구상’은 민족 수난의 역사로써 국민을 가해자 대 피해자로 양분하고 앞으로도 또 다른 ‘청산의 여지’를 배태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