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포커스> 댄스·힙합시대 지고 이젠 발라드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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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힙합의 시대는 가고 발라드의 시대가 오고 있다. 섹시댄스로 무대를 후끈 달궜던 이효리와 아이비, 서인영 등 대형 여가수들도 잇따라 발라드 가수로 변신하고 있다. ‘섹시퀸’ 이효리는 올봄 컴백과 동시에 발라드를 선보였다. 싱글 타이틀곡 ‘톡톡톡’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애절한 발라드 ‘잔소리’를 히트시켰다. 서인영은 ‘가르쳐줘요’라는 발라드 곡으로 댄스가수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가창력을 인정 받고 있다. 아이비도 슬픈 발라드곡 ‘이럴거면’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샵 출신 서지영도 솔로앨범에서 ‘나에게 사랑은’이라는 구성진 발라드를 불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발라드는 가을에 강세를 보인다는 속설도 깨지고 있다. 소니BMG 이세환씨는 “더워지면 댄스음악이 강세를 보이기 마련인데 초여름인데도 발라드가 강세”라며 “이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톱가수 이승철도 지난해 9월 8집 앨범을 내놓는등 발라드 스타들의 컴백붐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소리쳐’ ‘하얀새’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고 있다. 음반집계 사이트인 한터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나온 이승철 8집 앨범은 올해 5월초까지 10만장 넘게 팔리는 등 세대를 뛰어넘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박효신도 ‘추억은 사랑을 닮아’로 3년 만에 복귀했다. 그가 지난 1월 발매한 5집 앨범이 이미 7만장을 돌파했다. 신승훈의 뒤를 이어 ‘발라드황제’로 불리고 있는 성시경은 지난해 선보인 5집 앨범 ‘더 발라드’의 ‘거리에서’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루의 발라드곡 ‘까만안경’도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다.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해왔던 가수 이적은 4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에서 소소한 일상에 기초한 가사와 멜로디로 서정성이 강한 발라드를 들고 나왔다. 이적이 여자친구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담은 ‘다행이다’는 지난달 발매된 직후부터 주요 가요차트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1997년 ‘애송이의 사랑’으로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고교생 가수 양파도 몰라지게 성숙해진 모습으로 가요계로 돌아왔다. 감미로운 발라드의 여가수 별이 1년 만에 내놓은 4집 발라드 곡 ‘미워도 좋아’는 최근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소몰이 창법으로 유명한 SG워너비를 누르고 있다.

가요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발라드 바람이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반짝 호황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발라드의 강세가 올해 더욱 거세짐에 따라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이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1990년대초부터 무서운 기세로 대중들에게 파고들던 힙합의 퇴조는 주류 랩 가수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가사 중심의 힙합이나 리듬이 강조되는 댄스곡에 지친 대중들이 음악의 본질이랄 수 있는 멜로디로 옮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경제난에 찌든 서민들이 ‘좋았던 시절’에 대한 복고취미와 함께 멜로디를 통해 감성을 폭발시키는 발라드를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몇년간 계속되는 경제적 불황 등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대중들이 강하고 복잡한 음악을 피곤해하는 반면, 듣기 편한 음악들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갈수록 심화하는 음반시장 불황으로 힙합이나 리듬 앤드 블루스(R & B) 분야 등에서 실험성이 강한 노래들을 만들 경우 살아 남기 어렵다는 경제적 이유도 최근의 발라드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사인 뮤직팜의 강태규 이사는 “과거부터 듣기 편한 곡은 바로바로 소비됐으나 요즘에는 차트 5위권에 오르더라도 음반 판매 10만장을 돌파하기가 어렵다”며 “차트 1위곡과 10위곡의 음반 판매량이 50배나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확실하게 승부가 나는 발라드가 아니면 음반 제작조차 불투명하다는 것이 요즘 가요계 분위기이기도 하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