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숍인숍’ 업종간 결합으로 틈새시장 뚫는다

‘화장품점 - 향수 전문점’‘정육점 - 바비큐립 전문점’‘주말농원 - 새싹채소 전문점’….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표현될 수 있는 업종 간 결합들이다.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고객층이 비슷한 소업종들이 공동이익을 위해 ‘연합작전’을 펼치며 상생(相生)의 길을 찾고 있어 주목된다.

상점 내 또 다른 작은 상점을 뜻하는 ‘숍인숍(Shop In Shop)’ 창업이 최근 저비용·고효율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데다 리필산업도 경기침체 속에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18일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아웃렛 쇼핑몰. 1층 정문 입구를 들어서자 큰 상점들에 둘러싸인 작은 향수 매장 하나가 유독 눈에 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그저 전시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은 형태지만 이 향수 매장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 2월 이곳에 숍인숍 형태의 향수전문점을 차린 이현종(가명) 사장은 “주위 의류 상점에서 물건을 산 고객 10명 중 5명은 우리 매장에 꼭 들른다”며 “매일 1~2명의 손님이 ‘나도 같은 매장을 차리고 싶다’며 창업 방법을 문의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매장을 차리는 데 든 비용은 모두 400여만원. 하루 매출액은 창업 투자액의 4분의 1 수준인 100만원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향수매장뿐만 아니라 주위에 입점해 있는 의류, 잡화 상점들도 덩달아 매출이 오르고 있다. 이 사장의 향수매장 옆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쇼핑몰을 그냥 지나치던 고객의 발길을 향수 매장에서 잠시 잡아 주는 것만으로 상점 매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숍인숍 매장이 최근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 받는 것은 업종 간 시너지 효과 외에도, 기존 상점 안의 ‘틈새 입점’ 형태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별도의 보증금이나 큰 인테리어비 없이 자릿세만 내면 바로 입점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수백만원부터 3000만~4000만원 범위에서 창업을 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자금력이 약한 주부나 투잡(two job)을 원하는 젊은 직장인들로부터 특히 인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위험부담도 적다. 전업주부였던 박정희(38)씨도 최근 대형극장에 숍인숍 향수 매장을 열었다. 박씨는 “창업 경험이 전혀 없어 창업을 망설였는데 ‘숍인숍’은 기존의 안정된 상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업주도 자투리 공간을 내주고 짭짤한 임대 수입과 ‘향 마케팅’을 통한 고객들의 호응까지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건물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한 상점 안에 동업 형태로 함께 개업하는 경우도 있다. ‘솝인숍’ 형태의 창업은 최근 점점 다양화·전문화하고 있다. PC방 안의 잉크 충전소와 극장 안의 베이커리 매장, 테이크 아웃 커피점은 이제 고전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한의원에 탈모관리 전문점과 정육점에 바비큐립 가게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대형마트 안에 은행점포를 개설하고 있는 것도 일종의 숍인숍이라고 할 수 있다.

불황기에 호황을 누리는 리필 산업도 그 한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잉크 충전에 국한되던 리필산업에 최근 향수도 가세했다. 향수전문회사인 ㈜뚜띠앤은 휴대용 리필 향수 ‘매직선샤인’을 출시했다. 리필은 휴대용 향수케이스를 먼저 구입하고 마음에 드는 향수 리필용기를 카트리지 형식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리필향수 한 병이 3000원, 케이스가 2000원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숍인숍’ 창업 시 메인점포와의 호환성과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의 종류와 진열방법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격과 제품을 함께 알릴 수 있는 홍보물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불황기에는 신규고객 확충보다 고정고객들의 방문율을 높이는 매장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