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TV업체 ‘월마트 효과’ 촉각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평판 TV업체들이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소매유통업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세계 평판 TV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북미 평판 TV 유통시장에 이들 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일대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 위주의 북미 평판 TV 시장은 이들 업체들이 최근 중저가 평판 TV 판매에 적극 나섬에 따라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 그동안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만 노렸던 국내 업체들도 대형 소매유통업체를 통한 중저가 시장의 빠른 성장에 주목,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북미 평판TV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북미시장에서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월마트, 코스트코, 월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매장 샘스클럽 등에 중저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등 전자제품 전문유통업체를 통해선 보르도 액정표시장치(LCD) TV, 보르도 풀 고화질(HD) LCD TV, 깐느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고 월마트와 같은 대형 소매유통업체에는 중저가 제품을 공급하는 이중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저가 시장이 계속 커짐에 따라 제품 라인업을 좀 더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월마트에선 삼성전자 40인치 LCD TV가 1476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베스트바이 등 전자제품 전문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같은 인치의 LCD TV에 비해 200달러 이상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월마트 등 대형 소매유통업체 매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의 중저가 브랜드 비지오의 같은 인치대 LCD TV(42인치 1198달러)보다는 200달러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아직 월마트 등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미 시장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참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북미 평판 TV 유통시장에서 월마트 등 대형 소매유통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며 “향후 이런 추세가 계속돼 백화점이나 전자제품 전문유통업체 40%, 대형 소매유통업체 40%, 인터넷 20% 정도로 평판 TV 유통시장 판도가 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형 소매유통업체의 평판 TV 취급 확대는 브랜드와 마케팅 역량이 다소 떨어져도 제조와 디자인 경쟁력만 확실하다면 오히려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