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설비투자 ‘제자리’

제조업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1%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도 올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정보기술(IT) 산업의 투자는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올 상반기 중 359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간한 ‘주요산업의 최근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제조업에 대한 설비투자는 2006년(47조4000억원)에 비해 0.8% 늘어난 47조8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5.8%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은 “제조업은 국내산업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성장엔진’”이라며 “국내산업의 성장잠재력 약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조업 중 반도체, 가전, 산업용 전자·통신기기 및 영상음향기기 등 IT산업의 투자는 올해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21조6000억원에 달한 IT산업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20조3000억원(-5.9%)에 이어 올해 17조3000억원(-14.6%)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은행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은 성장엔진으로서 더 이상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신 성장산업의 등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비IT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석유화학, 조선 등의 투자호조에 힘입어 2006년 16.3%(투자액 27조1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12.5%(투자액 30조5000억원)의 견조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기업(매출대비 내수비중이 50% 미만)의 설비투자는 지난 2005년 30조8000억원에 이어 2006년 32조5000억원으로 5.6% 증가했으나 올해에는 32조원으로 -1.6%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수출비중이 50% 미만인 내수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6.1%에 이어 올해 5.9%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설비투자가 각각 1.1% 증가와 2% 감소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내수부진이 여전히 지속되면서 투자마인드를 회복하지 못해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