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정하종기자
22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경영대 학장실에서 만난 곽수근(사진)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자신감과 자부심에 차 있었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은 지난 17일 졸업한 경영학석사학위(MBA) 1기생 전원이 취업에 성공한데다 입학 전과 비교해 평균 50% 인상된 연봉을 받게 되는 등 토종 MBA의 저력을 보여줬다. MBA 2기에는 8개국 12명의 외국인들이 등록하는 등 국제화 부분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경영전문대학을 설립하면서 서울대 국제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던 그의 다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그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향후 경영전문대학원의 발전계획과 한국 교육의 과제,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에 대해 한편의 명강의를 펼쳐보였다.
―1기 MBA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후발주자인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이 조속한 시일내 경영전문대학원 세계 상위순위에 들기 위해서는 과감한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경영전문대학원의 순위는 입학전 연봉 대비 졸업 후 연봉 인상률, 교수들의 연구업적, 교수당 학생비율, 외국인 교수 비율, 외국인 학생수 등 5가지를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우리 대학원에서는 글로벌 MBA 코스와 SNU(서울대의 약자)MBA 코스가 운영되고 있는데 글로벌 MBA의 경우 전 과정을 영어로 진행합니다. 예일대, 듀크대, 컬럼비아대, 코넬대 등 세계적인 명문대의 석학 20여명을 초빙했습니다. 또 미국의 톱 비즈니스 스쿨인 듀크대와 전략적 제휴협약을 맺어 서울대와 듀크대에서 동시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복수학위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기 신입생은 어떻습니까.
“ MBA는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시장에서 팔릴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특히 원래의 직업과 MBA졸업 후 진로가 조화롭게 연결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경력이나 학력이 훌륭하다고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MBA가 필요한 사람을 뽑는 거죠. 2기 합격생들 수준은 미국 톱클래스 대학 수준입니다. MBA 지원에는 GMAT성적이 요구되는데 하버드가 710점대인데 우리 합격생 평균이 무려 714점에 달합니다.”
―1년간 MBA를 운영하시면서 느끼신 점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학부 교육이 부실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간 대학은 가만히 있어도 좋은 학생들이 서로 경쟁해 들어오고 4년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방치해 두지만 졸업 후 취직도 알아서 하는 식이었습니다. 반면 MBA의 경우 등록금은 4000만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교육과정에서 학생 1인당 4000만원 이상의 돈이 들어갑니다. 해외 석학들 초빙하고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체득하는 토론형 강의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교육을 합니다. 또 졸업 후 학생들을 꼭 필요로 하는 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해줍니다. 교육은 원래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고 최근에는 학부 학생들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교육부 정책을 탓하기에 앞서 대학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떤 학생이 통계학과에 들어갔다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경우 탈출구가 없습니다. 복수전공제가 있지만 학점이 좋아야 하는데 통계학에 흥미를 못느낀 학생들이 성적이 좋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처음 선택이 잘못됐다면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줘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대는 최근 교수회의에서 복수전공을 의무화하는 결의를 했습니다. 대학 직원들도 바뀌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바로 대학의 고객이라는 의식이 없습니다. 경영대의 경우 직원들의 출근시간도 오전 8시로 당기고 점심시간에도 근무를 하도록 했습니다.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직원 수준으로는 대학이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없습니다. 당장 일반직 직원들이 영어를 못하면 사실 국제화가 불가능합니다. 외국 교수와 학생이 오더라도 등록 등의 행정절차나 도서관 이용 등 교육지원절차를 진행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서울대의 경우 교육부의 내신반영비율 확대 등 대학입시정책에 반대하고 있는데 입시정책이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입시제도로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려 할 경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평등주의를 강조, 입시문제를 쉽게 내면 머리나쁜 부잣집 애들에게 오히려 유리해질 확률이 높습니다. 가난하지만 능력 있는 학생들이 경쟁을 통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지역균형, 내신, 특기, 내신 플러스 수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합니다. 교육부 방침처럼 내신으로만 선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내신이 좋으려면 고교 3년 내내 옆길로 새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한 학생을 뽑아야 합니다. 그러나 3년간 슬럼프없이 여자친구나 게임 등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공부만 한 학생에게는 미래에 요구되는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교시절 잠깐 한눈 팔았더라도 수능을 잘봐서 대학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은 국가가 미래에 요구하는 인력을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차기 정권도 지식사회를 이끌어갈 사람을 어떻게 키워낼지 고민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최첨단 인력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노키아 경영자 한사람이 핀란드 전 국민을 먹여살리듯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사람들을 길러내야 합니다.”
―MBA교육의 주요 파트 중 하나가 리더십인데 차기 대통령에게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차기 대통령은 역시 자원 배분을 제대로 해서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세금을 어떻게 쓰는 것이 국민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처절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나라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 덕목은 비전 제시입니다. 훌륭한 CEO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구성원들의 능력과 노력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꿈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훌륭한 대통령은 그가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심없이 훌륭한 사람을 찾아내 그에게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국민들은 스스로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한 것은 기적입니다. 이런 자긍심을 바탕으로 3가지만 개선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첫째 투명·신뢰사회로 가야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과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본입니다. 둘째는 지식사회로 가야 합니다. 중국과 제조업으로 경쟁할 수 없습니다. 인건비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해당 산업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남이 못하는 첨단, 고부가가치 분야로 도약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사람들 발마사지 해주면서 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마지막은 꿈과 비전이 있는 사회여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노력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2030이란 비전을 발표했지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국민들입니다.”
박민기자 minp@munhwa.com
▶▶곽수근 원장 누구
곽수근(54) 서울대 경영대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 원장은 1977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다시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국비장학생으로 8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상대학을 거쳐 98년 모교 교수로 임용된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생협력연구회 대표,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중소기업학회 부회장 및 한국CEO연구포럼 심사위원, 서울대 경영대 MBA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 1월부터 경영대학장과 경영전문대학원장에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10년내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을 세계랭킹 10위권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밝힌 그는 회계학 분야의 대가로 정평이 나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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