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의 Photo & Essay>태양·바람·바다의 詩… 한여름 소금눈이 내리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염부의 땀방울 해가 질 무렵 한 염부가 대파를 이용해 결정지에서 소금을 모으고 있다. 태평염전은 1953년에 조성된 국내 최대의 염전으로 질 좋은 갯벌에서 인체에 필요한 88종의 천연 미네랄이 함유된 최고 품질의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눈꽃보다 반짝이는 소금꽃 대낮 정오를 넘기자 결정지에 소금꽃이 피고 있다. 염부들은 이를 두고 ‘소금이 올라온다’ ‘살이 찐다’라고 표현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소금장이의 새벽 새벽 4시쯤 태평염전의 결정지에서 염부가 소금을 모으고 있다. 소금 채취는 새벽과 오후에 걸쳐 하루 두 차례 이루어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여의도의 2배 광활한 태평염전의 소금밭에 저녁 노을이 발갛게 물들고 있다. 태평염전은 여의도 면적의 두배로 하루에 30㎏포대로 약 5700포를 생산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소금창고로… 아침 해가 붉게 솟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염부들이 채취한 소금을 창고로 옮기기 위해 외발수레에 담고 있다.

강한 뙤약볕에 대지가 녹아들어갈 것만 같다. 하루 종일 이글거리던 태양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세상은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새로운 날을 준비하기에 너무나도 이른 새벽. 벽걸이 시계가 3시를 가리킨다.

소금창고에 하나 둘 불이 켜진다. 염부들이 웃통을 벗어젖힌 채 소금을 캐러 나선다. 지척을 분간하기도 어려운데 염부들은 서치라이트 불빛에 의지하며 대파(소금물을 미는 고무래)질을 한다. 등이며 이마는 물론 무쇠처럼 단단한 팔뚝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무더위를 피해 꼭두새벽에 시작한 작업은 붉은 태양이 솟아오를 때까지 계속된다.

단일염전으론 국내 최대인 태평염전의 새벽풍경이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위치한 태평염전은 면적이 463만m²로 여의도의 2배 규모다. 이곳에서는 연간 1만5000t(전국 생산량의 5%)의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태평염전에서 나는 천일염은 인체에 필요한 88종의 천연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태평염전은 한국전쟁 당시 밀려드는 피란민들을 위해 생계수단을 해결할 목적으로 1953년 조성됐다. 광활한 들판에 67개의 소금밭이 나뉘어져 있고, 67동의 소금창고가 3㎞에 걸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최근 문화재청은 태평염전과 함께 석조 소금창고, 비금도의 대동염전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염전은 크게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구성되어 있다.

저수지는 1차적으로 바닷물을 저장하는 공간이다. 증발지는 태양열과 바람을 통해 염도를 높이는 곳으로 제1증발지(난치)와 제2증발지(누테)로 나뉜다. 증발지는 염전 면적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결정지는 난치와 누테에서 염도를 높인 해수를 소금결정체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처럼 바닷물을 끌어들여 소금을 생산하기 까지는 20~25일 정도 걸린다.

천일염을 거둬들이는 채염 작업은 새벽과 오후 4시쯤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하루에 두 차례 이루어진다. 여름철 대낮의 뜨거운 날씨를 피하기 위함이다. 천일염은 햇볕과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일. 류시화는 소금의 소중함과 염부의 땀방울을 그의 시 ‘소금’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소금이 / 바다의 상처라는 걸 /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 흰 눈처럼 /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 아는 사람은 /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 이 세상 모든 것이 / 맛을 낸다는 것을



소금은 인류의 기원으로부터 동서고금의 역사와 늘 함께해 왔다. 인간의 생명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시작된다. 자궁의 양수는 바닷물의 성분과 거의 같다.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아프로디테의 탄생은 생명이 소금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신화 속의 이야기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군사에게 소금을 공평하게 분배해 사기를 높였고, 주몽은 소금을 구하기 위해 멀리 티베트의 소금산까지 여행을 했다. 고구려 15대 미천왕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금장수로 기록되어 있으며, 어사 박문수는 백성들에게 소금을 생산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흉년을 무사히 넘기도록 했다.

프랑스 대혁명은 염세를 피하기 위한 민중들의 저항으로 시작되었고,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은 소금의 생산 확보에 실패해 전쟁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인도의 독립영웅 간디는 영국정부가 일방적으로 소금세를 신설하자 이에 반대하는 비폭력불복종의 360㎞ 소금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의 속담에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했다. 아무리 지혜가 많고 용기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내용이다. 현대인에게는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배려와 용기가 필요하다.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소금과 같은 진정성의 역할을 소망해 본다.

사진·글 = moon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