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19명 전원 석방 합의>아프간 전황 격화… ‘석방 변수’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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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9명이 아직 억류돼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전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탈레반이 올 들어 아프간 남서부 지방을 중심으로 대대적 반격에 나선 데다, 최근 한국인 피랍 사태를 계기로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도 공세를 더욱 강화하면서 28일에만 탈레반 무장요원 100여명이 숨졌다. 아프간이 2001년 개전 이후 6년 만에 ‘제2의 이라크’ 상황으로 급격히 빠져들면서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인질 석방 합의에 자칫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

◆ 아프간 전황 격화 = 미군과 나토군으로 이뤄진 다국적 국제치안유지군(ISAF)은 28일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 샤 왈리코트에서 공중폭격을 실시, 탈레반 무장요원 100여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칸다하르주는 탈레반 근거지 중 한 곳으로, 탈레반은 샤 왈리코트에서 최근 여러 차례 다국적군의 주요 전략지를 공격한 바 있다. 다국적군은 이날 폭격으로 탈레반 소재지와 탈레반 소유의 수송트럭 2대를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다국적군 측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프간 정부군 1명이 숨지고, 다국적군 소속 군인 3명이 크게 다쳤다고 전했다. 다국적군은 또 이날 성명을 통해 칸다하르주 칸다하르시에서 지상작전을 실시, 2명의 탈레반 반군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레반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탈레반은 이날 헬만드주 무사 칼라에서 다국적군을 기습 공격했고, 동부의 낭가하르주에서는 자살폭탄테러를 벌여 6명의 나토군에게 부상을 입혔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쿠나르주에서 미군과 정부군 5명을 살해했다.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아프간에서는 탈레반 반군과 민간인 등 3900명이 숨졌으며, 다국적군 사망자도 미군 77명 등 총 156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다국적군 사망자 191명에 육박하는 수치로, 2001년 개전 당시 다국적군 사망자가 1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난 셈이다.

◆ 인질석방에 미칠 영향에 촉각 = 아프간 전황이 이처럼 심각해지면서 한국인 인질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한국 정부와 탈레반이 인질 석방에 합의했지만, 다국적군의 거센 공습이 이어질 경우 탈레반이 번복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탈레반이 그동안 ‘약속을 지킨다’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 외신들도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인질석방 협상 타결 소식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8일 ‘한국인 인질들이 풀려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즈니주와 아프간 정부 관계자는 협상 타결 소식에 대해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 확답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카불 주재 특파원 앨런 피셔도 이날 “인질은 풀려날 것이지만, 합의 조건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의문을 던졌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