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 한생각>공격적 선교의 아만(我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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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영 백서사건’,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황사영은 조선교회를 구출하고 선교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북경주교에게 보낼 백서를 작성했다. 그 요지는 조선을 중국의 속방으로 만들거나 서양의 군사력으로 조선을 굴복시켜서 포교의 자유를 얻게 해달라고 청원하는 것이었다.

가톨릭 교회는 황사영을 순교자로서 성인의 반열에 올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종교적 가치를 절대화하는 교단의 입장일 뿐이다. 역사적 판단에서는 황사영은 비난을 면치 못한다. 자신의 종교와 신념체계를 위해서 민족적 가치와 국가적 가치를 희생시키고 부정해도 좋다는 논법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사영 백서사건은, 역사적 판단을 떠나서 ‘공격적 선교’와 관련해서도 생각해볼 점이 있다.
필자는 이런 의문도 갖고 있다. 정말 선교라면, 복음(福音)의 말씀을 전하는 선교가 군사력을 앞세울 수 있는 것일까? 사랑과 믿음의 힘으로 선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점령을 통해서 선교를 하겠다는 것이 그게 기독교적 정신에 합당한 것일까?

사람의 마음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것, 무력으로 교화하겠다는 것, 그것이 말씀에 따른 선교방식이고 그것이 그야말로 ‘주님’의 뜻에 따른 것일까? 그런 극단의 방법은, 공격적 선교 방식은 주님의 뜻이 아니라 황사영 자신의 뜻이 아닐까?

만약 선교를 말하면서도 자신의 뜻이 앞서 있다면, 선교에 대한 욕심이 앞서 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공격적 선교의 아만(我慢)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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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영 백서사건에서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조급성’의 문제다. 사람의 신념체계를 바꾼다는 것, 교화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게 되는 일도 아니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공을 들이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제 자식 교육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아이 공부하나도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십수년간 학교를 보내고 또 과외를 시켜야 한다. 오랜 세월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하물며 종교적 신념체계를 바꾼다는 것,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보면, 황사영의 공격적 선교방식, 분명히 조급성이 있다. 외국 군대를 빌려서 한방에 끝내겠다는 것, ‘한탕주의’의 조급성이 있다. 그런 조급성이 결국 ‘공격성’으로 표출되고 사건이 터진다.

필자 자신도 주변으로부터 ‘공격적 선교’를 당해본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선교’를 하는 사람들이 ‘말씀’을 전하는 사람답게 누가 보아도 채택할만한, 본받을만한 그런 삶의 방식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필자의 좁은 소견인지는 몰라도,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채택할만한 것이라는 그런 믿음을 주는 것, 그 이상의 선교방식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믿음을 준다면 남에게 굳이 믿어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선교는 저절로 되는 것 아닐까?

이미 믿음을 권하는 사람의 삶의 방식이 믿음을 줄 수 없는데 믿음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는 것일까? 전도(傳道)를 하는 사람들이 ‘부전도체’가 되어 있는데 전도가 될 수 있을까?

사랑을 말하고 자비를 말하는 종교가 지구상에 넘치지만, 기독교, 불교, 회교의 신도를 합치면 수십억이 될터인데 신도는 늘어나고 선교도 넘치지만 세상은 사랑과 자비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 더욱 인간적인 삶의 모습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왜일까?

/배영순(영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