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무기급 ‘슈퍼폭탄’ 개발

러시아가 2003년 미국이 개발한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를 능가하는 공중폭발 대형폭탄 제조에 성공했다고 외신들이 11일 전했다.

러시아 최대 방송사인 ORT 채널1 TV는 11일 러시아군 참모부총장 알렉산데르 루크신의 발언을 인용, “폭탄을 실험한 결과 효율성과 성능에서 핵무기에 맞먹으며, 상대적으로 값은 싸면서도 폭발력은 더 뛰어난 폭탄을 갖게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루크신은 이어 “주요 파괴력은 초음파 충격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온도로부터 나온다”면서 “반경 내의 모든 생물을 증발시킬 수 있는 위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폭탄의 공식 명칭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MOAB에 대항하는 의미에서 ‘모든 폭탄의 아버지(Father of All Bombs)’로 불리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러시아 폭격기 TU-160이 실어나를 이 폭탄은 고성능폭약 7.8t과 일반폭약 44t이 함유되어 있다. 이는 강력폭약(TNT) 11t과 일반폭약 8t 등으로 제조된 미국 MOAB보다 4배 이상의 파괴력을 갖는다는 의미라고 AP통신은 이날 분석했다. 또 폭탄의 폭발 반경도 약 300m로, MOAB의 배에 달한다고 AP는 덧붙였다.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재래식 무기로서는 가장 강력한 폭탄인 셈이다.

앞서 미국은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에 앞서 무게 9513㎏에 달하는 MOAB를 개발, 실험한 바 있다. 이같은 종류의 폭탄은 폭격기 등에서 공중 투하되면 지상 3~5m 위에서 공기와 결합해 폭발, 직경 500m 이내 지역을 순식간에 무산소 상태로 만드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다.

러시아의 이번 폭탄 제조로 가뜩이나 미사일방어(MD) 체제 문제로 냉각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폭탄 개발이 자칫 구소련 붕괴 이후 뜸했던 재래식 무기개발 경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잇달아 전투기 개발 등 군사부문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12일 분석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측은 “폭탄 실험은 어떤 국제조약에도 위배되지 않으며, 새로운 군비경쟁을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고 부인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