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닦고 편견 깨는 사랑의 다리로”

“소록도(小鹿島)의 한센병 환자들이 1916년 강제격리된 이후 처음으로 뱃길이 아닌 다리를 건너 육지에 발을 딛고, 가족들을 만난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외롭게 격리됐던 슬픔의 섬이 이제 눈물을 닦고, 직접적으로 외부를 만난다는 것이니까요.”

전남 고흥군 도양읍 녹동항과 ‘한센인들의 섬’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길이 1160m)를 건설중인 전남도의 김동화(58·사진) 건설재난관리국장은 “정부가 소록대교를 교훈 삼아 연륙·연도교 건설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석연휴을 맞아 지난 22~26일 이 다리를 임시개통한 결과 1만5000여명(연인원)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현재 공사중인 소록도∼거금도간 연도교가 계획중인 거금도 ~ 금당도 ~ 금일도를 거쳐 이미 완공된 약산도 ~ 고금도 ~ 강진 마량으로 이어지면 소록도주민들은 또다른 육지로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록도에는 현재 한센인 644명과 의료진 등 900여명이 살고 있다. 그동안 외부와 차단된 덕분에 섬 전체가 녹색공원처럼 수려한 경관을 잘 보존하고 있다. 고운 모래사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숲속에는 섬이름을 상징하듯 사슴 40여마리가 숲속을 노닐고 있다. 소록도 주민들은 연륙교 건설로 외지인들의 발길이 많아져서 환경이 파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고흥군민들은 소록도 한센인들이 외부와 접촉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것도 걱정하는 상황이다.

김 국장은 녹동항 일부 주민들의 연륙교 반대와 관련, “아직도 한센인들에 대해 꺼림칙해 하는 정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소록대교가 우리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 화합과 사랑을 상징하는 다리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록대교 총 공사비 1100억원 중 보상비 670억원은 전남도가, 나머지 시설비는 국고 지원을 받았다”며 “현재 공정률이 92%에 달하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내년 6월 정식 개통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특히 “전남도가 계획했던 103개의 연륙·연도교 가운데 46개가 완공됐다”며 “나머지 다리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륙·연도교를 국토 확장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리가 개설되면 바다는 호수가 되고 그만큼 영토가 넓어지는 것이죠. 인공섬을 만들어 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두바이와 비교하면, 우리는 얼마나 혜택받은 사람들입니까.”

무안 =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