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개혁위도 퇴짜놓은 공정위 反시장 가격정책

월초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시장가격을 직접 규제하겠다고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반(反)시장·반기업적 구상이 규제개혁위원회에 의해 퇴짜맞았다. 규제개혁위는 18일 경제1분과 회의에서 개정안을 심의하고 ‘가격남용 규제강화’ 부분에 대한 철회 권고를 결정했다. 재정경제부가 앞서 “기업의 가격 결정에 공정위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공정거래법은 ‘물가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규제개혁위까지 철회하라고 한 만큼 공정위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그같은 구상 자체를 아예 단념하기 바란다.

공정위가 추진해온 개정안의 핵심은 독과점 사업체가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때 뿐 아니라, 가격을 최초로 결정하는 것과 현행 가격의 적정 여부까지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복안으로 비친다. 하지만 규제개혁위의 지적 그대로 ‘손쉬운 유혹’에 휘둘려 시장 원리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무리한 발상이었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규제개혁위원들의 판단에 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가격으로 횡포를 부리는 일부 시장에만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둘러대왔지만 ‘일부 시장’의 개념부터 여간 모호하지 않다. 가격규제라는 유혹을 떨쳐내 시장의 경쟁 촉진에 더 충실하라는 규제개혁위 지적은 그같은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으로 재량권과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공정위의 속내까지 짚어냈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개정안대로였다면 공정위는 비용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도 제재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어느 기업이 위험을 무릅쓴 연구·개발 투자와 경영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에 선뜻 나설 것인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선택받는 기업을 그런 식으로 적대시하면서 경제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말한다면 그런 허위의식도 다시없을 것이다.

경쟁당국이라는 다른 이름 그대로 공정위의 업무 본령은 시장진입 장벽 완화와 기업간 경쟁 촉진을 통한 소비자 후생 증대이지 않은가. 한국의 올해 가격규제 완화 순위가 조사 대상 55개국 중 42위(국제경영개발원·IMD)에 그쳤음을 공정위부터 부끄러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