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 vs 昌 vs 범여권’ 3각 대결구도>李 ‘중도실용’ 견고화

대선 D-43일인 6일 보수진영의 분열이 현실화하면서 진보 진영을 제외한 보수·중도 진영이 3자 대결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보수·중도실용주의를 내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중도·개혁 성향의 범여권 세력 간 양자 대결 구도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중심의 구(舊) 보수연합 그룹이 가세한 ‘3자 정립’의 형국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수 진영의 분열은 이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를 기점으로 국민중심당, 참주인연합, 이수성 전 총리 그룹 등의 연대 움직임과 더불어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단일화를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중도·개혁 그룹도 ‘반부패연대’ 등을 고리로 연정론의 싹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현재 유력 대선후보 6~7명이 난립해 각개약진식으로 힘키우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선 정국은 후보등록(25~26일)을 즈음해 민노당을 포함한 ‘4자 대결구도’로 정리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놓고 전략 수정에 착수했다. 당초 전략은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보수는 물론 이 후보의 개인 성향과 ‘일꾼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호소로 중도와 보수까지 폭넓게 아우른다는 것이었으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측은 이 전 총재를 가급적 자극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면서도 여차할 경우 그의 보수대연합을 ‘수구’이미지가 강한 ‘구(舊)보수’로 치부하면서 왜소화시킬 경우 당선권에 접어드는 40%대 중반확보는 가능하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新)보수’의 개념으로 냉전이미지를 탈피한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에게 당장은 징검다리식으로 와 있지만 도덕성이 문제될 경우 전향할 수도 있는 느슨한 지지표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반격에도 거당적으로 나섰다.

이날 당 지도부와 클린선거대책위(홍준표 위원장)을 중심으로 각종 의혹과 범여권의 공격을 차단하는 기자회견 등을 잇달아 가졌다. 일종의 ‘이명박 구하기 작전’이다.

◆ 중도실용주의 견고화로 돌파 =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강연에서 “선진화로 가는 새 정치의 길은 창조적 실용주의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국가의 근본을 튼튼히 하고, 국익과 민생을 앞세우며, 현장을 중시하고 실질을 구하는 정치”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한때 지지율 60%대까지 근접할 수 있었던 최대 무기다. 최근 문화일보 ‘10·31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기반이 ▲보수 26.6% ▲중도보수 30.0% ▲중도진보 21.5% ▲진보 18.9% 등으로 나타난 바 있다. 중도(51.5%)만 놓고 보면 어느 경쟁후보보다 높다. 이렇듯 이 후보는 이념적으로는 중도, 정책노선상으로는 실용주의를 내걸었다. 이 후보는 이날 전통적 보수의 주장과 다른 ‘신보수’ 정책과 관련해 “능동적 복지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금 복지에 1달러를 지출하면, 20년후 100달러를 절약한다는 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회 균등’개념에서도 한발 나아가 “그뿐 아니라 기회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교육도 필요하다”며 소외층 교육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특히 이 전 총재가 약점으로 파고든 대북정책과 관련, 안상수 원내대표는 “시대가 변해가고 있다. 너무 과거회귀적으로 완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 이명박 구하기 작전 본격화 = 범여권 진영에서 한나라당과 이 전 총재를 동시에 겨냥해 들고 나온 ‘반부패연대’에 대한 반격도 개시됐다. BBK투자사기사건 연루 의혹에 대한 보다 공세적 설득을 통해 이 전 총재의 출마근거도 뒤흔든다는 방침이다. 안 원내대표는 “정동영 신당 후보 자신부터 과연 부패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자성해보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BBK는 주가조작사건이 아니라 (김경준씨의) 공금횡령사건이다. 이런 점을 적극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과거 ‘차떼기’ ‘가족문제’ 등으로 다시 10%미만으로 떨어질 것이고 그게 아니라도 30%후반대~40%대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협·양성욱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