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책>고난의 역사 속 ‘큰 가르침’ 담겨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꼽은 ‘한 권의 책’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함석헌 지음, 한길사). 함석헌 선생이 1933년 12월31일부터 1934년 1월4일까지 우리 역사에 대해 강연했던 것을 간추려 잡지 ‘성서조선’에 실었던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고교 3년 무렵. “너무나 감명 깊게 읽었고 이후 삶에 큰 지침이 됐다”며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교내 독서발표대회에 참가, 상을 타기도 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이 책을 ‘한 권의 책’으로 꼽은 이유로 김 대표는 “‘고난 속에 뜻이 있고, 그 뜻 속에 길이 있다’는 큰 가르침이 역사에 대한 안목을 새롭게 인식시켰고, 어려울 때마다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라며 “수많은 외침을 받은 우리 민족은 슬픔을 아는 민족인데, 이 때문에 더 깊고 위대하다는 선생의 가르침이 큰 충격을 주었다”고 털어놨다.

1930년대 초반, 청년 함석헌은 자기모멸과 절망에 빠져 신음하는 식민지 치하의 백성에게 희망을 북돋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지도교수가 있는 대학도 아니지, 도서관도 참고서도 없는 시골인 오지에서 자료라고는 중등학교 교과서와 보통 돌아다니는 몇 권의 참고서를 가지고 나는 내 머리와 가슴과 씨름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함석헌은 밝혔다. 30대의 햇병아리 역사교사가 써놓은 책이 변화무쌍한 시대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뜻’을 밝혀 다음 세대까지 읽힐 명저가 되었다는 것은 청년 함석헌의 정신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치열했는가를 보여준다. 함석헌 전집 20권을 1982년부터 1988년에 걸쳐 펴냈던 한길사는 이 전집을 내년에 전면으로 다듬어 재출간할 계획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