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이명박>외교·국방부 ‘기대감’… 통일부·홍보처 ‘긴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부처마다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각 부처 공무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동훈기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집권준비가 본격화하면서 외교안보부처와 국정홍보처 등이 술렁거리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노무현정부의 외교·안보·대북정책과 뚜렷이 각을 세워온 이 당선자가 각 부처에 주문할 정책을 두고 각 부처는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처별 표정은 기대, 긴장, 우려 등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흥미롭다.

◆ 기대감에 부푼 외교부 = 이 당선자가 내건 ‘실용외교’에 외교부 당국자들은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당국자는 “(노무현 정권처럼) 이념적 지표에 영향을 받아 ‘흔들리는 외교’를 하면 국익과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외교 담당 공무원들이야 실용주의적 외교를 환영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현 정부의 북핵정책은 차기 정부에서도 다소의 변화는 있더라도 대체적인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정부 당국자는 “어차피 미국이 북핵 6자회담을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기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북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제동을 걸었던 (이명박 캠프내 ) 전직 외교라인이 차기정부에서 목소리를 높일 경우, 북한 및 미국과의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반미(反美)로 출범했던 현 정부에 비해 차기정부는 분명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유리한 출발을 한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사회에 세대 변화 등 많은 변화가 나타났는데도, 미국측이 70·80년대 식 대미 (의존)외교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실망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긴장감 감도는 통일부 = 총리회담과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각종 남북 실무회담으로 분주한 통일부는 향후 대북 정책 변화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이 당선자가 ‘선(先) 핵폐기 - 후(後) 대북지원’ 원칙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풀려나가지 못할 경우 현재 추진하고 있는 남북경협, 교류협력 사업이 영향을 받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읽힌다. 한편으론 김대중 -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크게 확대된 통일부 조직 축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조직 개편은) 전체 부처의 문제”라면서 “또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어서 우리는 묵묵히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 한·미동맹 복원에 주력하는 국방부 = 국방부는 차기 정부의 국방정책 방향이 현 정부에서보다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 당선자는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해 남북간 대화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남북 군사회담의 의제로 상정하지 않는 등 국가이익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고려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 군사부문 재조정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는 않겠지만, 시기 재조정에 대한 협의를 요구할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당선자는 후보시절에도 군의 첨단화·정예화·효율화를 강조했다. 막대한 국방예산이 어떻게 집행되고 낭비 요소는 없는지, 현재의 군 조직이 병력 50만명을 유지하는 데 적합한지 등을 면밀하게 따질 것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군 조직의 슬림화를 강력히 요구할 가능도 커 국방부는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 초긴장상태에 빠진 홍보처 =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을 추진해온 국정홍보처는 좌불안석의 초긴장 상태다. 한 당직자는 “부처 폐지 또는 통폐합이 실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한나라당은) 홍보처가 줄곧 대통령과 정권 홍보만을 해왔다면서 폐지를 주장해왔는데, 역설적으로 그런 필요에 의해서라도 차기정부에서 홍보처는 유지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보수 정치권이) 10년 동안 굶어 챙겨줘야 할 사람들도 많을 텐데, (그간 자리를 많이 늘려놓은) 홍보처를 없애기야 하겠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기자실 통폐합 조치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홍보처는 대선 직전까지도 통합브리핑룸으로 기자들을 몰아넣기 위해 국방부, 경찰청 기자실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는 등 막판 스퍼트를 올려왔다. 그러나 홍보처 관계자는 21일 “정부종합청사와 과천청사의 통합브리핑룸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충신·박수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