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응 못해 진보세력 참패”

“미래지향적 관점과 변화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진보적 가치체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4일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주최한 ‘2007년 17대 대선 그 이후’토론회에 참가한 진보성향의 교수들은 진보진영이 대선 완패를 딛고 다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고언을 쏟아냈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007년 대선 진보개혁진영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주제의 발제문에서 “외환위기 이후 정치보다 경제가 중요하다는 국민들의 인식, 만연한 조기유학, 성·결혼 등에 대한 의식 변화 등 급변한 현실에 진보개혁 진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미래지향적인 관점과 변화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진보적 가치체계인 평화, 인권 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진보개혁 진영은 대북정책을 제외하고는 체계적 분석과 정책 대안을 내놓는 데는 한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상당수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을 중도적·개혁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보수 진영의 득표율이 거의 3분의 2 정도 나왔다고 한국 사회가 보수화됐다고 할 수는 없다”며 “시대 상황에 따라 진보의 가치와 내용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자유주의 지구화 시대의 정치와 신보수정권’발제문을 통해 “참여정부의 실패와 대선의 패배를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중도개혁 정치세력이 정치적 개혁주의에 매몰돼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로 전환하지 못했다”며 “중도개혁정부와 보수세력과의 대치선이 주로 정치개혁을 중심으로 형성돼 대중들의 경제적 불만 속에 파묻혀 버렸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특히 “참여정부의 ‘통치의 미덕’의 부재, 정책집행자로서의 신뢰성 상실, 정책적 시뮬레이션 능력의 부재 등도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하층민들이 참여정부 5년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에서 나온 ‘묻지마 변화’ 요구에는 양극화, 비정규직화 등이 개선되길 바라는 강력한 사회경제적 요구가 내재돼 있는만큼 이 당선인의 정책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과 그것을 표현하는 담론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또 “변화와 혁신의 노력은 과감한 리더십의 교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광일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부관장은 ‘2007대선평가와 향후 전망’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가장 완패한 세력은 민주노동당, 한국사회당 같은 진보정치세력”이라며 “‘종북주의’와 단절하는 등 민주노동당을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