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서해교전 추모 식도 ‘잃어버린 5년’

“서해교전 전사자는 교통사고나 화재 등 인재로 사망하거나 민주화운동 등으로 사망한 사람들과 달리 국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갖추고 추모식을 거행해야 합니다. 국가가 전사상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깨닫고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서해교전 발발 5주년 하루뒤인 지난해 6월20일 해군출신 예비역과 현역, 국회의원,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명과 함께 순수 민간후원단체인 ‘서해교전 전사상자 후원회’를 창립해 후원의 밤 행사를 주관한 이 단체 공동대표 유삼남 해양연맹총재는 8일 서해교전 전사자들에 대한 기념식을 국가 차원으로 격상한다는 소식에 “감개무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해교전 전사 유가족들의 감회 역시 남다르다. 서해교전 전사자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52)씨는 “그동안 가슴에 못이 박힌 채 살아왔다. 나라를 위해 아들을 잃은 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위로 한번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결국 한마디도 듣지 못한 채 5년이 지나갔다”며 ‘5년동안 천덕꾸러기 신세로 살아온’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씨는 지난해 추모식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들이 자랑스럽지만 여전히 슬픔을 견디기 힘들다”며 눈물을 흘린 것을 기자는 기억하고 있다.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추모식 격상’을 보고한 보훈처 관계자는 “앞으로 서해교전 추모식은 독립운동가나 호국안보영령 등의 추모식과 같은 격식을 갖춰 범국민적 추모행사로 격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2년 6월29일 연평도 인근 해상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서해교전으로 윤영하 소령 등 장병 6명이 순국했으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추모식을 교전부대인 해군 2함대사령부 주관으로 한정시켜 “북한정권의 눈치보기와 비위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유가족과 국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잃어버린 5년’을 되찾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온국민이 나서 후원회의 전사상자 유가족 돕기 기금마련 등 행사에 동참하는 등할 때다. 이와 함께 평택 2함대사령부에 전시돼있는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를 용산 전쟁기념관 등에 전시해 국가 정체성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계기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정충신 사회부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