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자성의 목소리’ 확산

진보 시민단체 YMCA는 지난 17대 대선에서 나타난 ‘보수진영의 승리’란 결과에 대해 “시민운동 단체가 일반 시민들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는 자체 진단을 내렸다. 전성환 한국 YMCA 전국연맹 기획실장은 “시민사회 언어와 일반국민들의 언어가 달랐다”며 “지난 10년간 시민단체들이 일반시민들과의 대화보다 정치권이나 언론에 호소하는 데 치중했던 게 아닌가 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홍보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해 시민과의 직접대화 방안을 모색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새 정부에서의 활동방향을 수정했다.

◆정권 교체는 ‘위기의 시민단체’ 방증 =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는 ‘시민단체 호황 1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권과 유착, 시민운동이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렸고 이에 따라 이번 정권 교체가 시민단체에 대한 평가였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그간 총선 낙선·낙천 운동, 지원금을 통한 정부 공모 프로젝트 수행 등의 형식으로 정치와 정책에 개입함으로써 세를 확장했다. 박병옥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은 “김대중 정권 이후 10년간 시민단체는 진보여당과 힘을 합해 보수야당을 공격했다”며 “시민단체 입장에선 타당하지만 국민은 ‘힘 있는 여당과 시민단체가 결탁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권태근 선진화국민회의 공동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단순히 정권교체 의미뿐 아니라 지나치게 권력화돼 있는 기존 시민운동에 대한 일침”이라며 “자기반성 없는 왜곡된 시민운동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정권의 핵심 시민단체 세력을 이끌고 있는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진보 시민단체들이 사회 주류 국민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 역량이 부족했다”며 “앞으로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국민적 공감대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참여연대 등이 노무현정부와 동일시됐듯이 이젠 뉴라이트 시민단체들이 이명박정부와 유착해 동일시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새 정부는 시민운동의 터닝포인트 =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금까지 토론회 등을 통해 던져온 ‘자유주의·시장경제’ 관련 이슈 제기를 넘어서 본연의 시민단체 역할에 충실키로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전희경 정책실장은 “새 정권에선 그동안 우리가 주장하던 공기업개혁, 민영화 등에 대한 자유시장경제 관련 정책이 현실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향후 학술적 토론회보다는 국회평가, 다문화 가정 지원 등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공감할 수 있는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은 “토지·주택의 공공성 강화 등 경실련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사회개혁 문제를 위한 역할은 이명박 정부에서 더욱 증대될 것”이라며 “시민단체는 속성상 이슈가 많을수록 더 활발한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이명박 당선인이 당선 후 제일 먼저 만난 사람들이 정부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경제연구소 소장들”이라며 “민과 관이 과거와 같은 권력관계가 아닌 이상 앞으로 우리가 공모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