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문화를 ‘도구’로 봐 공공성만 강조 문화예술계도 개인 경쟁력 키워야”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재정지원이나 혜택을 주던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 예술가 개인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7일 서울 한국관광공사에서 개최한 ‘신정부 출범과 국민화합 방안 - 문화예술 분야’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문화예술계가 정부의 재정적 지원에 의지하면서 정부정책, 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상당한 규제를 받았고 심지어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정갑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정책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년의 문화정책과 다가올 5년의 문화정책:성찰과 전망’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노무현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는 붉은악마, 노사모, 촛불시위 등 지난 2002년에 발생한 ‘사회 집단주의적’ 성격을 당시 사회 변화의 핵심으로 파악했다”며 “(이러한)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몇몇 문화적 현상을 중심으로 성급하게 문화정책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은 “(노무현 정부는)문화예술 분야의 사고방식과 관행을 바꿔 총체적 사회변화가 가능하다고 봤다”며 “이는 문화예술 자체의 발전보다는 문화를 하나의 도구로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정책에서 공공성의 과도한 강조는 결국 공공영역의 역할 증대와 조직의 비대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역할을 축소, 문화예술계 개인과 단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거창한 구호나 이상보다 현실에 주어진 문제의 해결을 지향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왕치선 음악평론가는 ‘예술 - 전망과 발전을 위한 제언’을 발표하면서 “예술계가 그동안 정부의 지원 혜택 속에 성장하다보니 특정 집단에 의해 전횡되거나 예술가로서의 투쟁적 근성이 희석됐다”며 “특히 최근들어 혜택을 누가 더 많이 받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관심보다 앞서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의 지원은 예술가로서의 자존심, 생존의지를 갖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희문(연극영화학과) 인하대 교수도 ‘한국영화 산업정책의 현황과 대안적 전망’에서 “그동안 영화진흥사업은 자율을 표방하면서도 정부정책의 과도한 개입과 보호 중심으로 흘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 제작분야에 대한 과도한 집중, 비주류 독립영화에 대한 과대평가, 이념적 지향에 따른 편가르기 등으로 영화정책이 효율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정부의 역할과 민간의 자생적 경쟁력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성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기반팀장은 ‘문화산업의 전망과 정책개선 방향’이라는 발제에서 ▲제작 편중에서 배급을 중시하는 균형적 지원시스템 ▲상업적 제작에 대한 정부 직접지원 지양▲문화복지 확대 등을 제안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